![미니 사춘기를 아시나요? 생후 첫 몇 개월의 중요한 호르몬 변화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25/202504251534054804_l.png)
우리는 보통 10대 초반에 단 한 번의 사춘기를 겪는다고 알고 있다.
남자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18주를 정점으로 점점 감소하여 태어날 즈음에는 거의 여자 아기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생후 0~6개월 남자 아기의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다시 훌쩍 치솟는다. 바로 이 시기가 '미니 사춘기'이다.
같은 시기 여자 아기도 사춘기를 겪는다. 남자 아기와는 달리 에스트로겐이 주기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6개월 동안 반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미니 사춘기의 존재가 밝혀진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우리는 이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생식기와 자궁의 발달, 체형, 체질량, 인지력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무엇이 이 시기에 미니 사춘기를 발현시키는지, 이후 진짜 사춘기가 올 때까지 왜 호르몬 분비 활동을 멈추는지 알지 못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니 사춘기가 생후 처음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이 활성화되는 시기라는 점이다. 이 축은 임신 중기 태아가 높은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될 때 활성화되고 이후 활동을 멈추었다가 탄생 직후 미니 사춘기에 다시 활성화된다.
미니 사춘기가 고환과 음경의 크기와 관련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2005년 덴마크 국립의료원 연구팀은 출생 3개월 시기 아기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음경 길이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음경은 출생 후 36개월까지 지속적으로 자라는데 미니 사춘기 시기인 0~ 3개월 사이에 자라는 속도가 월 1밀리미터 정도로 가장 빨랐다. 고환 역시 생후 5~6개월까지 가장 빠른 속도로 자라고 이후 9개월에 이르면 살짝 작아진다. 신체의 성장에도 미니 사춘기가 관여한다.
아기의 몸이 커지는 데에는 갑상선호르몬, 인슐린, 당질코르티코이드(부신피질에서 분비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중 하나), 성장호르몬 등이 관여하는데 성호르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아와 여아의 성장속도는 발달초기 남아가 더 빠르다.
특히 남아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가장 높은 미니사춘기 시기에 성장속도가 가장 크게 벌어진다. 미니 사춘기가 아이의 신체 성장에 관여한다는 것은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선천적으로 저생식샘자극호르몬성 생식샘기능저하증을 갖고 태어나는 남자 아기들은 일반 아기들에 비해 성기의 크기와 몸집이 매우 작다. 뇌하수체에서 생식샘자극호르몬의 분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태아기에 테스토스테론 노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미니 사춘기에도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뿐만 아니라 황체형성호르몬, 여포호르몬, 인히빈(고환에서 분비하는 당단백질로 분화와 발달에 관여)의 분비도 정상 이하로 나타난다. 만약 미니 사춘기에 이와 같은 호르몬 불균형을 파악한다면 아이의 신체성장과 생식기능을 정상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 시기를 그냥 넘기면 10년 후 사춘기가 올 때까지 치료가 지연되고 그때가 되면 증상이 심해진다. 아이의 생식기 성장이 느리거나 뭔가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미니 사춘기인 1~6개월에 꼭 호르몬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발견 즉시 테스토스테론과 생식샘자극호르몬 보충요법을 실시하면 부작용 없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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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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