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뉴스1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3040세대(30~40대) 교수와 전문가를 릴레이 인터뷰한다. 정치·외교안보·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소장(少狀) 학자들의 생각을 담았다. 현장과 소통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조기 대선에 임하는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김형호 동국대학교 산학협력중점 교수(44)는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을 '비상식의 정상화'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진행된 '3040, 차기 정부에 바란다' 인터뷰에서 "(다들) 본인 기준의 상식, 정의, 공정만 부르짖고 있다.
김 교수는 오는 6·3 조기 대선을 통해 집권할 차기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로는 '갈등 조장'을 꼽았다. 그는 역대 대통령 중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문화 청산에 애쓴 것으로 평가받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노 대통령 이후 갈라치기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이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방적이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정치인으로서 훈련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대응을 못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듣고 싶지는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차기 정부가 반드시 했으면 하는 것'으로는 '포용과 협치'를 꼽았다. 2014년부터 약 5년간 김용태 전 의원(현 국민의힘 고양시 정 당협위원장) 보좌진으로 역할해 왔던 김 교수는 "본인들 이익이 걸린 선거구 획정할 때만 협치를 굉장히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차기 정부는 구체적이고 실질적 비전이 담긴 '경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작금의 정치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오는 결과물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 교수는 75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3040 세대의 정치에 대한 시각을 비롯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대한 평가, 2030 세대의 기류,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청년에 대한 시각 등을 가감 없이 언급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힘, 한덕수로 모면 꾀하지 말고…민주, 반대를 위한 반대 하지 말자
-21대 대선 시대정신은 어떻게 규정하고 싶나.
▶'비상식의 정상화'. 지금의 계엄 사태, 탄핵 문제만이 아니라 켜켜이 쌓여온 것 같다. 비상식이 정상화된 것이 아니라 비상식이 일반화돼 버렸다. (다들) 본인 기준 상식, 정의, 공정만 부르짖고 있다.
-차기 정부(21대 대통령)가 국정운영에 있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이것만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꼽아본다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연히 '갈등 조장'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갈라치기에 자유로운 대통령이 있나. 나는 없다고 본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일방적이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정치인으로 훈련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대응을 못 한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꼭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꼽는다면.
▶보수는 일단 '정치적 유산'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헤리티지(heritage·유산)를 제발 쌓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당명을 계속 바꿔서 메이크업, 표정만 새롭게 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정치적 신뢰 회복'도 필요하고 '경제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적 비전 제시는 보수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위기 모면이나 선거용으로 외부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다. 이건 그 인물한테도 좋지 않고 정당한테는 더 해롭고 국민한테는 가장 해롭다고 본다. 지금 같은 경우도 한덕수(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외부 인물로 위기 모면을 하려고 하지 않나. 온전히 망하더라도, 더블 스코어가 나와서 두들겨 맞더라도 (자체적으로) 보수의 가치를 쌓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꼭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꼽는다면.
▶민주당은 '경제 문제'를 꼭 다뤘으면 좋겠다.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라는 것이다. 사실 민주당은 이걸 알고 있으면서도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듯하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이 지금 경제 문제를 강조하고 중도보수 언급 등을 하고 있지만 너무 막 한다. 본인이 뱉은 얘기들 중 자가당착적, 모순적 얘기들이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신뢰를 가질 수가 없다. 제로(0)에 가깝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당이 늘 갖고 있는 특징인 '반대를 위한 반대'다. 이걸 금지했으면 좋겠다.
-21대 대선을 맞는 유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투표일 하루만 주인이고 그다음 날로부터 '을'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늘 권력의 부조리, 부패가 없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바다 위의 배'다. 어디로 향할지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선장, 즉 대통령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배가 향할진 선장 손에 달려 있지만 배가 좌초되거나 가라앉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형수(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선박 내 탱크에 담는 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국민들이 평형수 역할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근혜·윤석열 탄핵, 공적 권력의 사적 남용 결과
-최근 탄핵 정국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박근혜·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 두 인물에 대한 탄핵은 공적 권력의 사적 남용에 따른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총체적 재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서슬 퍼런 군부정권 때 목숨 걸고 싸웠던 양김(김영삼·김대중), 삼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시대 정치가 매듭을 짓고 나서는 더 심해졌다. 이들은 인물 정치를 통해서라도 리더십을 보였거나 최소한의 사회적 존경을 받았으나 그다음 나타났던 대통령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즉 헌법, 국민적 인식, 대통령 본인 간 가장 심각한 괴리가 있는 상태가 지금인 것 같다.
-일부 2030 세대가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양성평등은 강조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어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가고 군 가산점도 폐지됐다. 특히 남성으로서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한몫하고 있던 그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이걸 해결하려면 우리를 이끌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걸 파고든 게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다만 이게 주류라기보다는 목소리가 없다가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에 경향성을 보이는 것 같은 것이지 안타깝게도 절대 다수, 2030 세대는 '내 의견 없음'이 더 늘어났다. 무비판적 계층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스웨덴 독서클럽 같은 '소통 모임' 필요…포용의 문화 만들어야
-세대·젠더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스웨덴에 갔을 때 지하철역 등에서 이민자를 받는 플랫폼이 형성돼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엄청난 포용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했다. 사회 저변을 살펴보니 전체 국민 70%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클럽이 있었다. 깨어 있는 시민,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게 그런 데서 온다고 봤다. 영국은 커피 하우스, 프랑스는 살롱(Salon) 문화가 있고 독일도 독서클럽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이런 문화를 가져오면 어떨까 싶다.
-유튜브와 같은 것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의견들이) 더 극단적으로 표현이 되고 주류인 양 표현되는 점이 있다. 그래서 중도, 정확하게는 중도라는 개념이 아니라 무비판적 성향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양극단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현재의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도 본다. 이걸 깨는 일에 다시 집중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과정이 진행 중인데 어떻게 보고 있나.
▶공통적인 건 그들만의 리그이자 축제라는 것이다. 일반 대중은 아주 냉소적인 듯하다. 그래서 후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흥행 실패적인 경선이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갔다. 더불어민주당은 1인 독주 체제에서 본선 당선을 위한 최대 공약, 최대 득표 전략을 쓰고 있다. 양당 경선 과정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과 '국가'가 없다.
☞김형호 동국대학교 교수
1981년 대구 군위군(옛 경북 군위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99학번으로 정치외교학·사회학 학사 과정을 마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2010년 정치학 박사를 수료했다. 이른바 비박(비박근혜)·소장파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 김용태 전 의원 보좌진(비서관)으로 2014년 7월부터 약 5년간 근무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SAIS) 방문학자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시민연구관, 한국생활정치연구소 소장,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등을 지냈다. 현재 동국대 산학협력중점 교수이자 국가유산진흥원 자문위원, 코레일관광개발공사 경영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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