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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50501·핸즈오프·샌더스…反트럼프시위 조직적 확산

뉴스1

입력 2025.04.27 06:02

수정 2025.04.27 11:19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시행한 각종 행정명령과 강경 정책들이 미국 각계각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를 한 차례 겪어본 미국 시민들은 지난 임기 때보다 더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방식으로 시위를 전개했다.

50개 주, 50개의 시위, 하나의 운동…50501 시위

19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주 의사당과 법원, 시청 앞에서는 수백 건의 50501 시위가 열렸다. 지난 2월 17일 '대통령의 날'을 맞아 열렸던 시위에 이어 두 번째다.

50501은 '50개 주, 50개의 시위, 하나의 운동'이라는 뜻이다.

모든 주에서 빠짐없이 동시다발 항의 시위를 벌이자는 의미에서 조직됐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한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키고 이민자를 적법한 절차 없이 추방한다고 비판했다. 또 연방 기관을 해체하거나 대학가를 위협하는 등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대규모 시위들은 보통 하나의 주제에 집중했지만 이 시위는 연방 일자리 감축, 은퇴 연금, 재향군인 권리, 사회보장, 우크라이나 전쟁, 성전환 및 성소수자 권리, 자폐증 및 백신 관련 허위 정보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공무원 감축 및 연방 기관 폐쇄를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집중 공격하고 있다.

50501은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일론 머스크를 선출하지 않았다"며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 헌법상의 권리가 어떻게 짓밟히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자들이 어떻게 대통령의 권한을 빼앗고 있는지 목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관세 발표에 60만명 운집...'손 떼라' 시위

5일에는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손 떼라(Hands Off, 핸즈 오프) 시위가 열렸다.

해당 시위는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상호관세 정책 발표 후 불만이 최고조에 다다르면서 발생했다. 주최 측은 이 시위는 미국 50개 주와 미국령, 해외 12개 지역에서 일어났으며 150개 이상의 단체, 60만 명 이상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규모가 컸던 지역은 워싱턴DC로, 주최 측은 당초 이곳에 4일 밤까지 2만 명가량 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5일 오후 예상치의 5배나 넘어선 10만 명까지 모였다고 추산했다.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는 시위 인파에 경찰은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이 있는 내셔널 몰 주변 거리를 폐쇄했다. 백악관도 예정되어 있었던 봄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손 떼라' 시위를 조직한 단체 중 하나인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Moveon)의 브릿 자코비치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1기 때 시위는 워싱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위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소규모 집회가 트럼프 1기에는 시위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도 뻗어가며 이웃과 친구들 사이에서 유기적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자들이 美 정치경제 장악"…샌더스 집회 갈수록 세 확산

좌파 성향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2월 말부터 '과두정치에 맞서 싸우자'(Fighting Oligarchy), 일명 '샌더스 집회'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샌더스 집회의 참가자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집회 시작 이래 가장 많은 3만 6000명이 모였다.

샌더스 의원은 12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글로리아 몰리나 그랜드파크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소수의 억만장자가 우리나라의 경제와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미국을 "권위주의 사회로 빠르게 몰아가고 있다"고 연설했다.

샌더스 의원은 공화당이 트럼프의 모든 뜻에 복종하는 개인숭배주의 집단으로 변질됐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억만장자들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 나라는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미국의 미래는 여러분 세대에 달려 있다"면서 "여러분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고 무시할 수 있지만 이는 여러분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美과학 초토화"…실험실 대신 거리로 나선 과학자들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미국 과학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가 단행한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출을 줄인다며 보건복지부, 항공우주국(NAS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 최고의 기후 연구기관인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에 대해 예산과 인력을 감축했다.

이에 지난달 7일에는 워싱턴, 보스턴, 버클리, 시카고 등지에서 '과학을 위해 일어서라' 집회가 열렸다. 워싱턴 시위대는 미국 국립 과학원을 설립하며 미국 과학의 저변을 넓힌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기념관 앞에 모여 시위를 진행했다.

프랜시스 콜린스 전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링컨의 명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을 인용하며 이는 납세자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과학 기관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시위대 중에는 "과학에 자금을 지원하고 DOGE 기금을 삭감하라", "기초과학은 생명을 살린다", "과학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등의 피켓을 든 이들도 있었다. 행성 과학을 연구한다는 한 여성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화성 개척에 투자하는 점을 지적하며 "과학 없이 화성에 가는 행운이 있길 빈다"고 비꼬기도 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 회원 1900여명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행정명령과 재정적 위협을 이용해 어떤 연구가 자금 지원을 받거나 발표되는지, 결과가 어떻게 보고되는지, 대중이 어떤 데이터와 연구 결과에 접근할 수 있는지 조작하고 있다"며 "이 나라의 과학 사업이 초토화되고 있다고 분명히 경고하기 위해 이 SOS를 보낸다"고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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