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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천문학적 AI 투자 공약, 세부 혁신전략 함께 담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7 19:50

수정 2025.04.27 19:50

대선후보들 100조∼200조 남발
실행 계획 및 경제적 효과 의문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조기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인공지능(AI) 관련 공약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AI에 100조원 투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는 아예 200조원을 제시했다. 다른 후보들도 수십조원에서 100조원대 규모의 AI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통상 대규모 예산이 집행되는 공약은 표를 의식한 과도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예전 대선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분야는 복지분야나 건설 인프라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올해는 국가의 첨단산업 분야에 투입해 성장 발판을 만들 수 있는 AI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 그나마 긍정적이다.

더구나 주요국의 AI 투자 규모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약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AI 육성 정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은행(뱅크 오브 차이나)은 향후 5년간 AI 산업계에 1조위안(약 200조원)의 특별종합금융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AI에 집중적인 투자가 시급한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AI 글로벌 경쟁에서 선두그룹에 포함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27일 발간한 '미중 경쟁에 따른 중국의 AI 혁신 전략과 우리 산업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AI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제조업 기반과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AI 혁신을 높일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제조업의 기본 체력을 갖춘 것 외에 미국과 중국 간 산업 패권 구도 역시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중국 AI 산업 견제가 강화되는 상황이 한국엔 AI를 활용한 드론, 로봇, 자율주행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재정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예전 대선 공약에서 한 분야에 100조 이상 대규모 정책을 제시하는 건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700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AI 한 곳에 100조원을 몰아넣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의문이 생길 것이다. 물론, 각당 후보들이 제시한 규모는 여러 해에 걸쳐 투자한다는 점과 민관 공동투자를 합한 수치를 뜻한다.

그럼에도 AI 공약과 관련해서는 대선 후보들이 좀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AI는 한 국가의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마저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AI 산업의 주도권을 잡느냐 마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 명운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점에서 AI 산업을 매머드급 투자로 육성하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세부 실행계획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꼼꼼하게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국민의 혈세가 새나간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수록 불필요한 곳으로 누수되면서 자금 집행 대비 효과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만 크다고 AI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는 건 아니다.

AI의 미래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경쟁하듯 돈을 뿌려대는 헛된 공약이 남발돼선 안 될 것이다.
대규모 투자 공약은 그에 걸맞게 구체적 실행계획과 실현가능성을 함께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