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100조∼200조 남발
실행 계획 및 경제적 효과 의문
실행 계획 및 경제적 효과 의문
통상 대규모 예산이 집행되는 공약은 표를 의식한 과도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더구나 주요국의 AI 투자 규모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약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AI 육성 정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은행(뱅크 오브 차이나)은 향후 5년간 AI 산업계에 1조위안(약 200조원)의 특별종합금융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AI에 집중적인 투자가 시급한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AI 글로벌 경쟁에서 선두그룹에 포함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27일 발간한 '미중 경쟁에 따른 중국의 AI 혁신 전략과 우리 산업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AI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제조업 기반과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AI 혁신을 높일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제조업의 기본 체력을 갖춘 것 외에 미국과 중국 간 산업 패권 구도 역시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중국 AI 산업 견제가 강화되는 상황이 한국엔 AI를 활용한 드론, 로봇, 자율주행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재정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예전 대선 공약에서 한 분야에 100조 이상 대규모 정책을 제시하는 건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700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AI 한 곳에 100조원을 몰아넣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의문이 생길 것이다. 물론, 각당 후보들이 제시한 규모는 여러 해에 걸쳐 투자한다는 점과 민관 공동투자를 합한 수치를 뜻한다.
그럼에도 AI 공약과 관련해서는 대선 후보들이 좀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AI는 한 국가의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마저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AI 산업의 주도권을 잡느냐 마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 명운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점에서 AI 산업을 매머드급 투자로 육성하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세부 실행계획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꼼꼼하게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국민의 혈세가 새나간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수록 불필요한 곳으로 누수되면서 자금 집행 대비 효과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만 크다고 AI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는 건 아니다.
AI의 미래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경쟁하듯 돈을 뿌려대는 헛된 공약이 남발돼선 안 될 것이다. 대규모 투자 공약은 그에 걸맞게 구체적 실행계획과 실현가능성을 함께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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