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에 진출한다. 인수합병(M&A) 대상은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손해보험사와 캐피탈사 인수 등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6년 지분 50%+1주 인수"
교보생명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SBI저축은행 최대주주인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 14조289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 거래 고객 172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로, 현재 자사주 14.77%를 제외한 8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단계적으로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우선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승인을 받은 후 올 하반기 중으로 30%(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감안한 실제 의결권 지분 35.2%)의 지분을 취득한다. 이어 금융지주사 전환 맞춰 오는 2026년 10월말까지 50%+1주(의결권 58.7%)를 인수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오는 2027년부터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당기간 공동경영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교보생명은 보험 사업과 저축은행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험 계약자에게 저축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축은행 고객에게 보험 상품을 연계하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확대한다. 또 교보생명앱(230만명)과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앱(140만명)를 합쳐 총 370만명의 금융 고객 확보도 의미가 크다.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서비스 경쟁력 강화도 추진한다. SBI저축은행 계좌를 보험금 지급 계좌로 활용해 금융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고, 보험사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을 저축은행으로 유입해 가계여신 규모를 1조6000억원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SBI저축은행의 예금을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활용하는 등 금융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속도 붙는 금융지주사 전환
수신 기능의 금융 자회사가 없는 교보생명 입장에서 SBI저축은행 인수가 금융사 포트폴리오 강화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이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자산신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뒀다. 하지만 은행, 카드, 손해보험, 캐피털사 등이 없어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할 때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SBI저축은행 인수로 취약점을 보완한 만큼 교보생명은 손해보험사와 캐피털사 인수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지털 부분에서 역량 강화를 고려한다면 자동차보험과 여행자보험, 골프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이나 자동차금융, 대출 등 캐피털 관련 상품 보유를 통해 기존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오는 9월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 인가 신청을 목표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12월까지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되면서 금융지주 전환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저축은행업 진출은 지주사 전환 추진과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며 향후 손해보험사 인수 등 비보험 금융사업으로의 영역 확대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교보생명과 SBI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에 SBI홀딩스는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갖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보유 지분율을 2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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