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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8년 동맹…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와 결별수순 밟나

임수빈 기자,

권준호 기자,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8 18:11

수정 2025.04.28 21:14

TC본더 등 공급 장비 다변화 전망
한미반도체 엔지니어 철수 ‘도화선’
양사간 감정싸움 넘어 전면전 양상
차세대 HBM 기술전환 수순 해석도
SK하이닉스가 TC본더뿐만 아니라 한미반도체 장비 전체에 대한 다변화 검토에 착수했다. 양측의 8년 동맹이 '균열'을 넘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의 최근 '엔지니어 철수' 조치를 심각한 도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위한 장비 공급사 다변화 필요성에 이번 조치가 더해지면서 한미반도체와의 결별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게 SK하이닉스 내부의 목소리다.

깨진 8년 동맹…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와 결별수순 밟나

■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장비 다변화 확대 움직임

2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 장비 전체에 대한 다변화 검토에 착수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제조 장비인 TC본더를 비롯해 한미반도체 가 공급해 온 장비 전체를 대상으로, 거래관계 전면 재검토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SK하이닉스에 들어가는 한미반도체 장비는 TC본더를 포함, 10여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게 TC본더이며, 다양한 라인에 한미반도체 제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장비 전체를 바꾼다고 하면 (한미반도체로선)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이런 결정이 한미반도체의 최근 행보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결정의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한미반도체의 엔지니어 철수 조치다. 한미반도체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SK하이닉스의 'TC본더 다변화'에 반발해 HBM 생산 라인에 있던 자사 유지보수(CS) 인력을 철수시켰는데, 이에 SK하이닉스가 크게 격분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기술력 미달과 수율 저하 등을 이유로 해당 제품 공급처를 늘리고 있다.

SK하이닉스를 '굳건한 동맹'이라고 여겼던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큰 충격이다. 이미 SK하이닉스의 한미반도체 TC본더 수요 감소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준 올해 SK하이닉스가 청주 공장 HBM 차세대 라인용으로 수주한 한미반도체 TC본더는 한 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의 TC본더에 대해 "HBM이 두자릿수(12단 이상)로 올라가면서 수율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깨진 8년 동맹…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와 결별수순 밟나

■ "차세대 HBM 필요"...기술 전환 속도 불가피

양사간 감정 싸움이 짙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최선단 HBM 생산을 위해 '기술 전환 수순'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한미반도체가 공급 중인 12단용 TC본더는 12개의 D램 칩에 열과 압력을 가해 적층하는 식이다. 문제는 16단 이후부터다. 업계에선 16단 이상부터는 기존 방식으로는 수율 확보가 어렵고, 완전히 다른 기술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 '하이브리드 본딩'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을 적층할 때 칩과 칩 사이에 범프를 형성하지 않고 직접 접합시키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칩 전체 두께가 얇아져 고단 적층이 가능해진다. 또 칩 간 거리를 줄이고, 신호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어 HBM 수율 확보를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HBM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에 반드시 필요한 차세대 기술이다.

이 분야에선 네덜란드 장비사 ASM의 자회사인 ASMPT가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ASMPT는 주요 고객사로부터 하이브리드 본더 수주를 받고, 공급하는 등 거래 이력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로선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속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반도체가 HBM 후발주자 마이크론과 협력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에 대해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한미반도체 장비 전체에 대한 다변화 검토는) 사실 무근"이라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권준호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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