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블랙컨슈머에 흔들리는 인체적용시험

강경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9 08:21

수정 2025.04.29 08:21

인체적용시험 참여한 시험대상자
자발적 시험 참여 후 민원 넣어
시험과 무관한 부작용 주장하기도
금전 등 과도한 보상 요구 이어져
"시험대상자 인식 개선 목소리 커"
[파이낸셜뉴스] 인체적용시험 업계가 불만 시험대상자, 이른바 '블랙컨슈머'의 과도한 요구와 민원 제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K뷰티' 성장 흐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발적 참여 후 "부작용 생겼다" 금전 요구도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체적용시험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미용기기 등 다양한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학적 절차다. 여기에 참여하는 시험대상자는 사전에 제품 및 시험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내용을 확인한 뒤 동의서에 서명한다.

인체적용시험기관은 시험에 앞서 윤리위원회(IRB) 혹은 식약처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및 효력시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제품과 시험이 시험대상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다.

이후 안전성과 권리 보호 측면에서 적절한 절차를 이행한 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시험을 수행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시험대상자들이 시험을 마친 뒤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등의 이유로 인체적용시험기관을 대상으로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발생한다.

실제로 온라인 후기나 공공기관 민원시스템 등을 활용, 인체적용시험기관을 압박하며 제공할 수 없는 기업 비밀 자료까지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시험 중 참여자가 연구원을 폭행하는 사례도 있다.

한 인체적용시험기관 관계자는 "시험대상자가 시험과 무관한 증상까지도 제품 탓으로 몰아가며 금전 보상을 요구하거나, 대응하지 않으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대응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시험 참여는 곧 연구 참여 "시험대상자 윤리의식 필요"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시험 참여'에 대한 인식 부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인체적용시험은 단순 체험이 아니라, 명백한 연구 행위로서 참여자 역시 일정한 책임과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험대상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연구 협력자에 가까운 존재"라며 "시험 목적과 절차, 예상 반응 등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거나 고의적으로 왜곡해 이익을 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인체적용시험기관은 시험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교육을 강화하고, 동의서에 책임 범위와 윤리 조항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시험대상자 등록 이력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법률 자문 체계를 정비하는 등 제도적 대비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블랙컨슈머 문제를 단순한 민원 수준이 아닌, 제도적 리스크로 인식한다. 특히 인체적용시험기관마다 대응 방식이 달라 일관된 기준이나 보호 체계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참여자 권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인체적용시험기관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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