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 28일 총선 당일 승리 선언
집권 자유당 득표율 43.3%로 원내 1당 차지...과반은 어려워
카니 "트럼프가 캐나다 영토 원해, 기존 체재는 이미 끝나"
당초 보수당 승리 유력했지만 트럼프 언행으로 자유당 기사회생
집권 자유당 득표율 43.3%로 원내 1당 차지...과반은 어려워
카니 "트럼프가 캐나다 영토 원해, 기존 체재는 이미 끝나"
당초 보수당 승리 유력했지만 트럼프 언행으로 자유당 기사회생

[파이낸셜뉴스] 물가상승과 이민자 문제로 10년만에 실각 위기에 몰렸던 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2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4년 더 정권을 잡게 됐다. 캐나다 안팎의 전문가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언사 및 관세 정책으로 캐나다의 반(反)미 감정을 끌어올려 여당을 도왔다고 평가했다.
AP통신 등 미주 언론들에 따르면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29일 오타와 연설에서 자유당의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의회 내 모든 정당과 건설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동시에 "두 주권 국가 간의 미래 경제 및 안보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와 함께 마주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는 연설에서 "내가 몇 달간 경고해 왔듯이, 미국은 우리의 땅, 우리의 자원, 우리의 물, 우리의 나라를 원한다"며 "이것은 헛된 위협이 아니다.
자유당은 이날 개표율 97% 기준으로 43.3%의 득표율을 기록해 전체 의회 343석 가운데 146석을 확보하고 21개 지역구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보수당은 41.6%의 득표율로 126석을 얻었으며 19개 선거구에서 자유당을 앞섰다. 과반은 172석이다. CTV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자유당이 1당 지위를 유지하지만 과반 확보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좌파 성향의 자유당은 2014년 총선 승리 이후 2019년 선거, 2021년 조기 총선까지 승리했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물가상승과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인기를 잃었다. 2015년부터 자유당을 이끌었던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해 말 기준 19%에 불과했으며 자유당 지지율 역시 14%로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반면 제 1야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은 자유당보다 20%p 가까이 높았다. 강경 우파 노선으로 '캐나다의 트럼프'로 불린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현지에서 사실상 차기 총리로 불렸다.
그러나 이러한 판세는 지난 1월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캐나다를 병합한다고 위협하면서 뒤집히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합병 위협 외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의 반미 감정을 자극했다. 그는 28일 총선 당일에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캐나다가 세금을 반으로 줄이고, 군사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며, 산업을 4배로 성장할 방법이 있다면서 "단, 캐나다가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될 경우의 이야기"라고 적었다.
트럼프의 행보는 친(親)미 성향의 보수당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반면 카니는 트럼프와 맞서겠다고 선언했으며 영국 및 캐나다의 중앙은행 총재 경력으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강조했다.
29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캐나다 달러 가치는 미국 달러당 1.3869캐나다 달러로 전일 대비 약 0.2% 하락했다. 호주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의 로드리고 캐트릴 전략가는 "캐나다 달러가 소폭 하락한 것은 과반 정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 시장의 관심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줄 미국·캐나다 협상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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