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화에 '우정 결혼' 선택하는 중국 청년들 증가
[파이낸셜뉴스]부모 성화에 못 이겨 성관계 없이 이성 친구와 한 집에서 동거만 하는 '우정 결혼'이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남녀가 같은 집에 살지만, 부부 관계는 하지 않고 법적으로 형식적 부부 관계만 유지한다. 이성 간이지만 그냥 동성 친구처럼 지내는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낭만적인 사랑이나 성적 유대를 갖기보다는 공유된 가치와 관심사를 바탕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소위 ‘우정 결혼’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집에서 살지만 별도의 방을 쓰고, 파트너 모두 다른 이성과 자유롭게 데이트도 할 수 있다.
부모 성화와 사회적 편견을 피하려는 남녀 친구 사이의 일종의 ‘가짜 결혼’의 풍습화란 평가도
"빨리 결혼하라"는 부모 성화와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사회적 편견과 압박을 피하기 위해 남녀 친구가 일종의 ‘가짜 결혼’이 확산되면서 풍습화되고 있다는 SCMP의 지적이다.
SCMP는 중국 남서부 충칭에 사는 20대 후반 여성 메이란을 예로 들었다. 그녀는 4년 전 가장 친한 남자 친구와 우정 결혼을 했다.
이들은 혼인 신고는 했지만, 두 사람은 각자 방에서 자고, 성관계는 없다. 집에서는 각자의 개인 공간을 유지한다. 성적 관계나 로맨스도 없다. 그들은 결혼식이나 아이를 갖지 않기로 동의했다. 결혼 생활이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있게 해주며, 응급 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서로 돌봐줄 수 있다는 점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친척들과는 거의 접촉하지 않는다.
메이란은 "남편과 저는 함께 사는 룸메이트이자 가족"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월급의 일부를 공동 계좌에 저축하여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각 월 1만 위안(197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 교외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각자 50만 위안(9,868만원)을 모았고, 리모델링 비용도 분담했다.
부모들은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재정적으로 독립해 간섭도 못한다. 그저 애만 태울 뿐이다. 이 부부는 소셜 미디어에 그들의 삶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유해 1만2000여명의 팔로워도 확보하고 있다.
동성애자, 전통 결혼에 환멸 느낀 사람 등 다양한 고객 대상의 우정 결혼 주선 업체 일본서 성업 중
SCMP는 상하이 출신의 33세 여성 클로이를 또 한 예로 들었다. 그녀는 지난해 이성인 대학 친구와 결혼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남편과 공동 생활비, 개별 재산 소유, 그리고 서로의 친척 방문에 대한 내용을 담은 혼전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의 가정사에 휘말릴까 봐 걱정했다면서 계약서에 "이혼 조건"도 있다고 SCMP에 말했다. "어느 날 우리 중 한 명이 진정한 사랑을 찾고 전통적인 결혼 생활을 원한다면 이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적절한 시기"에 부모님께 자신들의 이 같은 우정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며, 입양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이같은 결혼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젊은 층의 반응은 뜨겁다. 한 젊은 누리꾼은 "남녀가 교류하는 방식이 정말 감탄스럽다. 삶을 사랑하는 두 친구는 독립적이지만 서로를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아이 원하면 입양이나 인공수정으로, 진정한 이성친구 원하면 이혼도 가능
중국 중부 후베이성의 가족 관계 컨설턴트인 판 리안은 "우정 결혼이 개인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관계는 불안정할 수 있다. 현실 도피처로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정 결혼은 사회적 압력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책이며, 함께 나누는 저렴한 주택 비용의 이점이 없어지고, 미혼에 대한 정부 혜택이 개선되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는 무성애자, 동성애자, 전통적인 결혼에 환멸을 느낀 사람 등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우정 결혼을 주선하는 전문 중매 업체들도 성업중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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