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中에 ‘관세 완화’ 작전상 후퇴.. 시진핑 ‘국내경기 부양’ 장기전 대비 [트럼프 2기 100일]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29 18:09

수정 2025.04.29 18:39

출구 못찾는 美·中 관세전쟁
미중 관세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대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5%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관세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중국의 125% 관세 등 양측의 맞불 보복조치로 일부 화물 운송이 60% 가까이 줄면서 교역 관계가 거의 붕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지만 양측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 속에 협상에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과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만났지만 관세 관련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입장 차 탓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양측의 상황을 보여준다.



■유화 조치 속에 중국의 결단 재촉하는 트럼프 정부

트럼프 2기 출범 뒤 100일이 지난 상황에서 창을 휘두른 미국보다 방패를 들고 역공을 펼친 중국이 유리하다. 증시 폭락과 국채 금리 급등 속에 시장 반응과 지지율에 애 먹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사불란한 대응을 지휘하며 안정적 입장을 과시하고 있다.

선공을 취했던 트럼프는 꿈쩍 않는 중국에 대해 최근 잇단 유화 제스처를 내놓았다. 그는 지난 22일 대중 관세에 대해 "매우 높다. (협상하면) 그 정도로 높지 않을 것이며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2∼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해, 중국이 포함될 수 있다"며 협상 의지를 발신했다. 이어 "중국과 매일 협상하고 있다. 오늘 오전 (중국과) 회의했다. 중국과 만남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과 전화로 "여러 차례" 대화했다고 25일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정상 간 전화 통화는 물론 협상도 없었다면서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아쉬울 것 없다는 듯한 태도이다.

기대한 반응이 없자 베선트 재무장관은 다시 중국을 압박하며 미국 국내 시장을 다독였다. 그는 28일 CNBC '스쿼크 박스'에 나와 미중 무역긴장 완화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이 높은 관세 수준(145%)이 기업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에 저가 보조금 지원 상품 판매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이 공급이 중단되면 중국 경제도 갑자기 멈출 것"이라며 "따라서 그들은 협상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러면서도 관세전쟁에서 확전을 피하는 일이 중국과 협상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시장을 다독였다.

■"중국 참호 파고 긴 싸움 준비"

그러나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 주석 주재로 25일 회의를 갖고 국내 경기 부양 등 미국과 장기전에 대비하는 입장을 연출했다. 이와 관련, 미국 공공정책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애틀랜틱 카운슬)의 쑹원티 연구원은 이와 관련, "관세 극복을 위해 높은 국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라며 "중국이 참호를 파고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했다"고 풀이했다.
중국은 국제무역 환경이 적대적인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내수부양책을 두 배로 늘리는 등 재정 부양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이번 관세전쟁은 미국 측이 시작한 것으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조너선 밀러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경기침체를 피할 만큼의 구체적인 모멘텀이 나타날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