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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외산 장비 의존 심화와 보안 위협으로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는 외부 해킹뿐 아니라 인프라 전반의 자립 필요성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정부와 산업계는 국산 장비 확대, AI 인프라 고도화 등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력과 생태계 기반은 갈 길이 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7년까지 국내에서 최소 34개 이상의 신규 상업용 데이터센터 설립이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장비’다. 하지만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되는 서버, GPU, 스토리지 등 대부분의 주요 장비는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에 따르면 국내에서 국산 장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서버 11.1%, 스토리지 6.7%, 무정전 전원장치(UPS)는 8% 수준에 그친다.
AI 연산용 서버는 미국 엔비디아, 슈퍼마이크로, 델, HPE, 중국 레노버 등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글로벌 GPU 서버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 중이다. 대만 TSMC 역시 관련 반도체 공급의 핵심 파트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AI 연산 서버는 고난도 열 관리, 병렬처리 최적화 기술이 핵심이어서 국내 중소 서버 제조업체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라며 “국산화 논의는 오래됐지만 실제 양산과 생태계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대표적 사례는 최근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다. 유심 정보를 겨냥한 악성코드 공격으로 약 2500만명의 가입자 정보 일부가 유출되면서, 심스와핑(SIM Swapping) 등 이차 피해 우려가 커졌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킹 사건을 넘어 ‘데이터도 안보’라는 경각심을 일깨운 사례라고 지적한다. 특히 인프라 구성 단계부터 ‘국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자립형 데이터 환경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외산 서버에 의존한 데이터센터 구조에서는 보안 위협뿐 아니라 기술 통제권조차 확보하기 어렵다”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데이터 인프라의 국산화와 보안 체계 고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뒤늦게 데이터 주권 확보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 구축, AI 반도체 기술개발, 지역 전문인력 양성 등 국산 장비 자립화를 위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대상 국산 서버 우선도입 시범사업도 검토 중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AI 시대에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정보가 아닌 국가 전략 자산”이라며 “지금처럼 외산에 의존하는 체제는 자칫 ‘디지털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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