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편의점업계가 소비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 특히, 업계 1위 GS25를 비롯한 주요 편의점들이 대표 마케팅 행사들을 잇따라 중단하면서 긴축경영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6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는 매년 8월에 열던 'GS25 뮤직 앤드 비어페스티벌'(뮤비페) 행사를 올해 취소하기로 했다. 뮤비페는 박재범 등 국내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과 국내외 주류 페스티벌을 결합한 GS25의 대표 마케팅 행사로, 2015년 시작 이후 매년 규모를 키워왔다. 첫 해 5000명으로 시작한 행사의 누적 참가자는 약 30만명에 달한다.
뮤비페는 게임, 음반, 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협업을 통한 '문화 플랫폼'의 대표 사례로 홍보했던 행사다. 이 행사는 입장권을 별도로 판매하지 않는 데다 국내 대표급 아티스트를 초청해 일산, 부산, 강원도 양양 등 전국 주요 거점 3~4곳에서 행사를 열었던 만큼 공연장 대관료와 연예인 섭외 등 10억~20억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보다는 브랜드 홍보에 초점이 맞춰진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지만 최근 수익성 악화로 10년 만에 행사를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새로운 여름 성수기 마케팅을 위해 기존의 페스티벌, 콘서트 형식의 이벤트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황에도 끄떡없던 편의점업계는 최근 들어 성장세가 가파르게 꺾이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비해 가성비 높은 상품과 단독 기획상품 등을 앞세워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길어지는 경기침체에 버티지 못하게 된 것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은 8조6661억원으로 전년(8조2457억원)보다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83억원에서 1946억원으로 10.9% 줄었다. 올해 1·4분기 전망도 나쁘다. 증권사 5곳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연결 기준 1·4분기 매출 2조7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줄고,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40.7% 감소한 것으로 예측됐다.
다른 편의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CU는 브랜드 팬덤 강화 차원에서 1년에 한 두 편씩 웹드라마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계획이 없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2월 비핵심 사업 정리 일환으로 올해 금융자동화기기 사업부를 매각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탄핵 정국 등 사회 분위기와 경기 위축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여기에 쿠팡 등 이커머스 중심의 소비 패턴이 강화된 점도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과도한 출점 경쟁과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해 편의점업계가 구조적인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편의점 시장은 출점할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신도시 개발도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아 신규 상권 창출 여지도 크지 않다"며 "이제는 외형 확장보다는 기존 점포의 수익성 개선과 운영 효율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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