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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저출산 등에 '제로금리' 근접…양적완화 도입 고민"

뉴스1

입력 2025.04.30 14:31

수정 2025.04.30 14:3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향후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양적완화(QE) 등 비전통적인 정책 수단의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총재는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우리 경제 변화에 발맞춰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30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개최한 '우리나라 통화정책 수단의 운용 과제 및 시사점' 정책 심포지엄 환영사를 펼치면서 이같이 말했다.

먼저 이 총재는 "우리 경제는 저출산·고령화 심화,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정책금리가 제로 하한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선진국 중앙은행이 했던 것처럼 QE 같은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의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QE 등을) 활용하기 어렵다면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번 심포지엄의 의의를 "통화정책 운영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계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 여건과 유동성 환경의 중장기 변화에 따른 체계적 대응 필요성을 부각했다.

그간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도 선진국과 같은 자산매입 확대 없이 기준금리 조정만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 이에 전통적 통화정책 운용 시스템인 '코리도(corridor)' 방식을 유지했으나, 미국·유럽 등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함께 통화정책 운용 시스템을 '플로어(floor)' 방식으로 전환했다.

코리도와 플로어는 중앙은행이 단기 시장금리를 유도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코리도는 정책금리의 상단과 하단을 설정해 그 안에서 시장금리를 유도하는 구조인 반면, 플로어는 시장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한(바닥)을 설정한다.

예컨대 유럽중앙은행(ECB)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QE를 시행하면서 플로어 시스템을 도입해 단기 금리를 통제하고 통화정책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처럼 플로어 시스템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기반이 돼 왔고, 단기 금리의 급락을 방지하면서 정책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자산매입 확대 없이도 기준금리 조정을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었기에, 현재까지는 자산 매입 확대 정책에 맞는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도입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22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디지털 뱅크런 위험이 부상했다"며 "이에 한은도 대출제도와 공개시장 운영제도를 정비하는 등 운영체계를 일부 보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제는 이런 일시적 보완을 넘어, 우리 경제를 둘러싼 통화정책 여건의 중장기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근본적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수년 새 경상수지 흑자 축소와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증가 등으로 본원통화 수급 여건이 변화한 만큼, 통화안정증권과 환매조건부(RP) 증권 거래 등 유동성 조절 수단의 개선 필요성 또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요국에서 통화정책 운영체계 개선 논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례로 ECB는 고물가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자산을 매각하고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QT)에 들어가며 코리도 시스템으로 다시 복귀할지를 논의했고, 그 결과 지난해 플로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통화정책 운영체계 일부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유동성 변화에 따른 공개시장 운영 체계 발전 방향과 해외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두 세션이 진행됐다. 첫 세션에서는 공대의 한은 공개시장부장이, 이어서는 최동범 서울대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체계와 정책 수단은 변화하는 여건에 발맞춰 시장·학계와 긴밀한 피드백을 거쳐 발전해야 한다"며 "오늘 논의가 기존의 지식과 사고의 틀을 넘어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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