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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대선이 핑계가 될 순 없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30 18:36

수정 2025.04.30 18:36

정인홍 정치부장
정인홍 정치부장

"지금 많은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죽지 못해 산다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도 결국 국민 삶의 질을 높이자는 거 아닙니까." 30여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은퇴 후 서울 시내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의 하소연이다. 말 그대로다. 지금 상당수 영세 자영업자는 생존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선거특수도 사라진 지 오래다.

경제는 심리다. 가뜩이나 안 좋은 경기에 소비심리는 극도로 위축되고, 소비자의 지갑은 꽁꽁 닫혀 있다. 웬만한 골목상권, 전통시장을 가보면 파리도 없을 만큼 썰렁하다. 단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더 싼 곳을 찾는 일도 다반사다. 갈수록 저성장 기조는 고착화되는 양상이고, 반가워야 할 물가하락은 극심한 소비위축에 의한 불황의 결과물이어서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대통령 선거라는 블랙홀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돈맥경화의 '특효약'은 돈을 돌게 하는 건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저성장의 그늘에는 한 줄기 햇빛마저 들지 않고 있다. 어려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는 여전히 답보상태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빠져 아웅다웅하는 사이 민생의 맥박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심정지 직전인데도 약을 얼마만큼 투여할지를 놓고 이전투구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12조원대 추경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최소한 15조~30조원 이상의 경기진작용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죽어가는 내수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면 시장에 더 강력한 신호를 줘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재정 투입을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에는 부정적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추경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건 맞지 않다는 얘기다. 경제사령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나와 "(추경이) 성장률에 긍정적인 효과는 있지만, 성장률을 올리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어려운 것들,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원인이 과연 재정을 풀어서 성장률을 올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냐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이슈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겐 치명타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1.8%)은 1%대 미만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존 2.0%에서 1.0%로 무려 절반이나 깎아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5%,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이고 대선 운동이 한창일 5월 중 발표하는 수정경제 전망치는 기껏해야 1%대 초반(종전 1.5%)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전조는 이미 감지됐다. 올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갈수록 반전의 기미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김준경 전 KDI 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중 통상갈등 심화와 국내 정치 불안정성 심화라는 복합적 충격 속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경영여건은 악화일로다. 물건 팔아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이 국내 대기업 302곳 중 73곳에 달한다. 이러다 자칫 민생의 심박수를 되살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복합적 위기를 단박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 중장기적으로 기업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기업의 창의적 도전을 가로막는 거미줄 규제의 허들도 걷어내야 한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첨단 기술과 서비스 산업 융합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혹여 현재 추경 논의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표퓰리즘' 경쟁이라면 경을 칠 일이다. 자고로 먹고사는 문제에 인내심 발휘는 어렵다. 그렇게 한 표가 절실하다면 당장이라도 추경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 지금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도 절실한 시점이다.

haenen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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