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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매각은 차기 정부의 '진정성'에 달렸다. 지난 매각에서 오후 11시에 공문 한 장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것을 시장은 봤다. 추가 협상 대신 본계약 기간을 2주 연장하는 데 그쳐 매각 진정성에는 흉터가 새겨져 있다.
하림그룹이 HMM 주식 57.9%를 인수해도 매각 측이 영구채를 주식 전환하면 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율은 0%에서 32.8%로 높아지는 구조였다.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날 선 비판을 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받은 배경이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를 위한 계약금 명목으로 6000억여원을 준비했다. 팬오션 등 계열사가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는데 외화 평가손실만 650억원에 이른다. 1년여 동안 매각 준비 및 참여한 시간 손실은 최근 조선·해운의 부흥을 고려했을 때 더 커진다.
HMM 매각은 차기 정부의 과제이지만 누구도 성공을 자신하기 어렵다. 지분 가치만 11조52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의 전환사채(CB)에 대한 전환권을 행사하면서 HMM 지분을 기존 67.06%에서 71.69%(한국산업은행 36.02%, 한국해양진흥공사 35.67%)까지 높인 '매머드'가 됐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2025 KDB 넥스트라운드 인 실리콘밸리' 행사 후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힌 것도 어려움을 방증한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보면 '주인 없는 회사'의 주인을 찾아줄 때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는 것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는 한국산업은행 주도인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3차까지 받아도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그쳤다. 한화그룹 품에 안긴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은 258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8.8% 증가했다. 최근에는 미래 해양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6000억원의 설비투자도 하는 회사가 됐다.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HMM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 차기 정부의 '진정성'을 시장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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