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자업계, 1Q 성적표 '선방'…'트럼프 관세' 영향, 2Q부터가 진짜

뉴스1

입력 2025.05.01 06:03

수정 2025.05.01 06:03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가 경영 환경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1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내놨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다. 2분기부터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실적에 반영되고 미래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은 생산기지 이전부터 가격 인상까지 상황별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전자업계, 경영 불확실성에도 1분기 성적표는 '맑음'

1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005930)의 1분기 실적 공시를 끝으로 주요 기업의 성적표가 공개됐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9조 1405억 원, 영업이익은 6조 685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5% 증가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0% 늘었다. 순이익은 21.74% 증가한 8조 22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이 부진했지만 갤럭시 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 D램의 견조한 출하량과 높은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출하량은 각각 6100만 대, 700만 대다.

LG전자(066570)의 1분기 매출액은 22조 7398억 원, 영업이익은 1조 2591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매출액은 역대 최초로 22조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 역시 6년 연속 1조 원을 돌파했다.

LG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기업간거래(B2B) 핵심인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LG전자가 공을 들이는 구독 사업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LG전자의 한국 구독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올 1분기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17조 6391억 원, 영업이익 7조 440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독보적 1위를 달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한 효과다. HBM은 물론 DDR5,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선주문 수요가 몰리면서 역대급 실적을 냈다.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2분기 예측 불허…대비 태세 마련해 리스크 최소화

문제는 2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이라는 쓰나미가 어떻게 들이닥칠지 미지수다. 기업들이 호실적에도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관세 부과 전 이뤄진 선(先)주문은 2분기에 주문 감소로 돌아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게다가 고율의 상호 관세를 추가했다가 90일간 유예했다.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 관세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부과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관세율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동남아 지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베트남(46%), 태국(37%), 인도(27%)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책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부품소재 기업들은 이 지역에 공장이 있는데 자칫 고율의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기업들은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과 고객 관리 역량을 활용해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생산지를 이전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TV와 가전 사업은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해 일부 물량의 생산지를 이전해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생산지 이전을 비롯해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LG전자는 유통 채널과 협의해서 가전제품에 대한 일정 수준의 판매가 인상을 통한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세탁기, 건조기 물량은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이전해 생산 물량 확대를 계획하는 등 관세 인상을 회피할 수 있는 멕시코와 미국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관세 불확실성에도 AI 패권을 놓고 글로벌 빅테크 경쟁이 더 치열해져 HBM 수요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품목 관세 지정에 대비해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