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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전후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체 자산인 원자재 펀드에 올 들어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자산 대표 격인 금을 비롯해 은·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자재 펀드' 테마로 분류된 펀드 41종의 설정액은 1조7487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121억원) 대비 3366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동안 원자재 펀드 총설정액이 205억원 증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인 셈이다.
원자재 펀드는 금을 포함해 은, 구리, 농산물, 원유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부각되며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금 펀드 외에 나머지 펀드도 고른 수익률을 내고 있다. 'TIGER금은선물'(H)(22.97%), 'ACE KRX금현물'(19.45%), 'KODEX구리선물(H)'(15.78%) 등이 올 들어 견조한 수익률을 냈다.
금 가격은 여전히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되면서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200달러선을 맴돌고 있다. 지난달 22일 글로벌 금값은 장중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무역 긴장이 일부 누그러지면서 하락했지만, 금 수요는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리의 경우 지난달 초 트럼프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수요가 재차 반등하면서 가격이 한 달 사이 15.9% 급등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중 관세 전쟁으로 미국으로부터 구리 스크랩 수입이 제한되면서 구리 생산 우려가 야기됐고, 같은 시기에 구리 관세 부과 전 미국에서 선제적 구리 매집 수요가 다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면서 원자재 관련 펀드 뿐만 아니라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 상위권에는 '메리츠 레버리지 금 선물 ETN(H)'(52.62%), 'KB 레버리지 금 선물 ETN(H)'(52.41%), '메리츠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26.92%)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그 주도권이 기존 금에서 은이나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금보다 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가격 기준으로 금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은 가격은 그만큼 오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경우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가 무산될 경우 이란 제재 강화로 유가를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천연가스의 경우 미국 내 파이프라인 유지 보수로 인한 생산 차질과 함께 여름철 발전 수요로 인해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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