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 블록딜로 9.73% 확보…2대주주에 올라
우호세력 여부 두고 시장 해석 엇갈려
프리미엄 거래 및 시점에 의문 제기
![[서울=뉴시스]다올투자증권 본사 전경](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1/202505011400238226_l.jpg)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였던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보유 지분을 DB손보에 넘기면서 분쟁은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블록딜 거래에 대한 의문과 함께 3대주주 세코그룹의 지분 확대 움직임까지 겹치며 경영권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 주가 역시 큰 폭의 등락세를 보이며 이 같은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지난 21일 김 대표로부터 다올투자증권 지분 9.73%(592만399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했다. 실제 거래는 17일 시간외매매로 이뤄졌으며, 체결가는 당시 종가(3665원)를 웃도는 3900원으로 알려졌다.
블록딜이 일반적으로 할인 가격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프리미엄 거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와 한화오션의 블록딜은 각각 종가 대비 7.4%, 8.57% 할인된 가격에 체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인수를 DB손보가 다올의 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보험업 성장 둔화와 규제 강화로 인해 증권사를 통한 운용 수익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거래 시점과 프리미엄 가격을 두고는 의문도 제기된다. 뚜렷한 사업적 시너지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고가에 지분을 매입한 배경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DB손보는 이번 지분 인수 목적을 '일반투자'로 공시했다. 이는 '단순투자'와 달리 주주제안이나 배당정책 관련 의견 개진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형태로, 향후 경영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DB손보가 확보한 지분은 김 대표가 보유하던 14.23% 중 절반 이상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23년 'SG증권발 폭락 사태' 이후 주가 하락 국면에서 지분을 집중 매입하며 2대주주로 부상했고,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바꾼 뒤 이병철 회장의 보수 삭감, 차등배당, 자회사 매각 등을 요구하며 분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주총에서 관련 안건이 모두 부결되며 사실상 완패했고, 이번 거래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순을 밟게 됐다.
DB손보는 이미 자회사로 DB증권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인수가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장에 그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주가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블록딜 공시 직후 주가가 하루 만에 14% 넘게 급락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기대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이후에도 장중 3~4% 수준의 등락이 반복되며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DB손보의 등장을 '백기사'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김준기 DB금융그룹 회장과 이병철 회장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되지만, 두 사람 간 나이 차이가 24세에 이르고, 이 회장이 중도에 학업을 중단한 점 등을 감안하면 학연에 기반한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번 지분 블록딜과 관련해 DB손보 측과 "사전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개인 투자자가 아닌 우량 금융기관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게 된 만큼,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대주주인 세코그룹은 최근 지분을 9.35%까지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금융회사 지분이 10%를 초과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해, DB손보와 마찬가지로 추가 매입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며 경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5일 다올의 기업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단기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부동산 금융 부문 위축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자본적정성 약화 등을 반영한 조치"라며 다올의 순자본비율(218.4%)이 소형사 평균(461.5%)을 크게 밑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은 다올투자증권의 자금 조달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리테일 비중이 작고 기업금융(IB)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향후 자본 확충이 불가피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이 제기되며, 경영권 구도에 다시 불씨를 지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증권은 PF 관련 충당금 부담으로 실적이 악화되며 지난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바 있다.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3% 줄어든 1조4426억원, 영업손실은 749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회사 측은 "현재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익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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