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서 조각에 맞서는 투우 연기



[파이낸셜뉴스] 제2의 조승우가 될 것인가. 영화와 드라마 등 매체와 연극·뮤지컬 등 공연까지 다 섭렵한 배우는 흔치 않다. 조승우가 전 분야에게 일가를 이룬 가운데, 한예종 연극원 출신 김성철(33)이 그 뒤를 이을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모든 배우가 대체불가 꿈꾸죠"
지난해부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공연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김성철은 지난 연말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시즌2에 이어 지난 30일 신작 영화 ‘파과’를 내놨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데뷔 이래 처음으로 현지 레드카펫을 밟았다.
동명 소설이 원작인 ‘파과’는 60대 여자 킬러 조각(이혜영)과 그의 자리를 넘보는 젊은 남자 킬러 투우(김성철)의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김성철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에 함께 작업한 이혜영을 롤 모델로 꼽으며 “고유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선배님 너무 멋지지 않냐. 배우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직업이다.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품어져 나오는 에너지 다 중요하다. 특히 배우로서 지닌 에너지가 고유하다. 모든 배우가 대체불가를 꿈꾼다. 그렇게 되고 싶다.”
그러면서 목표를 세우고 질주했지만 공허감에 잠시 멈춰 선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로서 연극, 뮤지컬, 드라마를 한 해에 다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그걸 이루고 난 뒤 목표를 잃었다. 막 공허해졌다”고 돌이켰다.

그는 “한참 보던 책에 목표 있는 삶보다 목적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문구를 발견했다"며 "영화 ‘파과’에서도 조각이 넌 목적이 뭐냐고 투우에게 묻지 않냐. 처음에 유명해지는 것이라고 말한 뒤 사람들은 자신은 어디로 가는 줄 모르면서 남에게 물어본다고 하는데, 투우 역시 해답을 찾고 있던 상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투우의 그 알 수 없는 감정이 무엇인지 파헤치고 싶다는 목표 의식이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싶은 욕구, 관객들이 투우의 여러 감정을 다채롭게 느끼길 바랐다. 투우의 입장에선 이 이야기는 잔혹동화다. ‘파과’는 애초 조각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조각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투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었다.”
"하루하루 충실히..내 기회 100% 다 활용하고 싶어"
인생의 목적은 찾았을까. 그는 “지금은 하루하루 잘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파과로 베를린영화제를 갔을 때도 뭔가를 느낄 새가 없었다"며 "파과를 홍보하면서 2~3주 쉬면서 베를린도 갔다 왔네 싶더라”며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또 “지금으로선 목표나 목적보다는 하루하루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서 제게 주어지는 기회를 100% 다 활용하고 싶다. 그게 내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부연했다.
‘파과’는 늙음과 인간의 쓸모 등에 대한 주제도 다룬다.
자신의 쓸모에 대해 고민한 순간이 있냐는 물음에 김성철은 “배우야말로 선택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대본이나 책을 보면서 나의 쓸모를 늘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신인 시절에 오디션에 떨어지면 난 쓸모가 없나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공연과 달리 영상 매체는 이미지가 맞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체의 속성을 이해하고 나니까 오디션에 떨어져도 자책을 안 하게 되더라. 지금은 흥행의 성패에 마음이 쓰인다.”
그는 또 “3대 영화제는 다 가보고 싶다"며 "어릴 적 꿈이 영화배우라서 첫 국제영화제 상영이 뜻깊었다"고 돌이켰다.
김성철은 올해도 무대와 영상 매체를 유연하게 오갈 예정이다. ‘지킬 앤 하이드’ 지방 투어가 예정돼 있고, 올 연말 영화 ‘프로젝트 와이’ 개봉이 예정돼 있다.
그는 “센 캐릭터의 끝판왕”이라며 “이젠 더 이상 악역은 안 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로 진짜 나쁜 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작 드라마 출연도 앞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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