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소녀의 세상 [Weekend 문화]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2 04:00

수정 2025.05.02 04:00

영국 그림작가 제인 마시 'With You'展
한솥아트스페이스서 10일까지 무료 개최
나와 너, 관계와 소통, 일상의 소중함 주제
혼자 놀던 어린시절 자신을 '소녀'에 투영
동물·자연 등 교감의 순간 고스란히 담아내
'Ball'
'Ball'
'Along the coastal path'
'Along the coastal path'
'Brighton Rock'
'Brighton Rock'
'Puddles' 한솥아트스페이스 제공
'Puddles' 한솥아트스페이스 제공
"복잡한 생각으로 작품을 보지 말고, 맑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일상을 그려낸 작품에서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열린다. 국내 대표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은 영국 그림 작가 제인 마시(Jane Massey)의 개인전 'With You' 전(展)을 오는 10일까지 한솥아트스페이스에서 무료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인 마시의 대표적인 작품 이미지를 비롯해 입체 설치물, 책 등 약 70여점이 소개된다. 제인 마시의 작품들은 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한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 속에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관계'와 '소통'에 관한 메시지와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인 마시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통해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삽화와 드로잉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간결한 선과 맑은 색감을 통해 전달하는 따뜻한 감성의 이미지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과거 그는 랜덤하우스, 캠벨북스 등 유명 출판사들과 40권 이상 동화책을 출판한 바 있다. 전세계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녀와 강아지'라는 그림책이 출판됐다. 이번 전시에 자주 등장하는 '작은 소녀'는 특정 인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19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혼자만의 상상 속 세계에서 놀고, 조용히 사물을 관찰하며 내면의 감정을 키워가던 어린 시절의 감각들이 이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게 제인 마시의 설명이다.

작품 속 '작은 소녀'는 종종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조용한 풍경 속에서도 등장한다. 제인 마시는 이 소녀에게 친구를 그려주고 싶었지만 그 친구는 또 다른 아이가 아니길 바란다. 어른들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고, 조용히 옆에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전해지는 친구로 선택된 것은 말 대신 시선을 나누고, 감정을 함께 느끼는 강아지와 고양이였다.

소녀와 강아지가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아무 말 없이 서로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장면은 제인 마시의 그림에서 자주 발견된다. 말이 없이 더 깊이 연결되는 순간, 제인 마시는 그 안에서 특별한 감정의 교감을 포착한다. 이는 단지 사랑스럽고 귀여운 장면을 넘어서, 함께하는 존재가 주는 위안과 신뢰, 정서적 유대를 담아낸다. 이밖에 제인 마시의 작품들은 일상 속 풍경으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얻는다. 매일 아침 동네를 산책하며 마주치는 거리의 풍경, 창밖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 계절이 바뀌며 달라지는 날씨의 결이 제인 마시의 작업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특히 제인 마시는 아이들이 등굣길에 나서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울 소재의 둥근 모자를 쓰거나, 밝은 원색의 우산을 들고 빗속을 걷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녀의 눈에 매우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겨 있다.

그러한 순간들은 단순히 귀엽거나 따뜻한 풍경을 넘어서, 자연과 사람, 계절과 감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작가의 감성을 자극한다. 제인 마시는 이런 인상들을 기억에 간직했다가 작품 속에 풀어내는데, 아이가 들고 있는 노란 우산 하나, 축축하게 젖은 땅을 디디는 작은 발자국 하나가 그림 속에 등장할 때 그것은 단지 장식이 아닌 날씨와 시간, 더 나아가 감정의 결을 담은 장면으로 완성된다.

제인 마시의 그림에는 그녀가 살고 있는 영국 특유의 흐린 날씨 가운데에서도 피어나는 작고 선명한 색감들이 자연스럽게 반영돼 있는데, 우리로 하여금 무엇 하나 사소하지 않은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하림 한솥도시락 대표이사는 "한솥아트스페이스가 문화 예술을 통한 나눔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며 "가족, 친구, 소중한 분들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영국 작가인 제인 마시를 국내에 소개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주한영국대사관이 전시 홍보를 지원하면서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됐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한솥아트스페이스에서 제인 마시의 작품을 함께 알릴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