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대법원이 2022년 방위산업전에서 장갑차에 올라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등 반전 시위를 한 활동가들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8명에게 각 벌금형 및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표현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민주적 담론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표현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보호 범위 및 한계, 형벌의 보충성과 최후수단성의 원칙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행사는 당사자 간의 무기판매계약 체결보다는 불특정 다수 관람객에 대한 판매 무기 전시에 중점을 둔 행사로, 수많은 관람객은 정해진 동선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오가며 일정한 정도의 소음이 이미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며 "피고인들은 1350개 전시 부스 중 1개 부스에서만 악기 연주, 구호 제창 등을 했고, 시간도 5분 이내에 불과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행위로 전시 업무가 실제 방해됐다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 방위산업에 관한 사항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국민은 이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피고인들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봐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 씨 등은 2022년 9월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서 약 11분간 현수막을 펼쳐 든 채 "전쟁장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보안요원의 제지를 막는 등 소란을 피워 위력으로 조직위원회의 전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피고인들이 확성기나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약 5분간 악기를 연주하고, 구호 제창이나 악기 연주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외에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던 점, 다른 관람객들과 마찬가지로 입장권을 구매하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전시회장에 입장했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현장에서 대기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들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의 전시회 운영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것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면서 A 씨 등 6명에게는 벌금 50만 원, 나머지 2명에게는 벌금 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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