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오르반, 마두로 모방…쿠데타 없이 권력 강화
권력 분립, 언론 자유 등 5가지 민주주의 기반 파괴
어리석은 정책과 민주주의 공격 구분해 대응해야
![[워싱턴=AP/뉴시스]국제 노동절인 1일(현지 시간) 미국 전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가운데,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5.05.02.](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2/202505020835328294_l.jpg)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 미국 민주주의에 큰 피해를 입혔으며 그를 막지 못하면 미 정부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변할 위험에 처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전진의 길은 있다: 트럼프의 권력 장악을 무너트리는 법(There Is a Way Forward: How to Defeat Trump’s Power Grab)”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같이 지적했다. 다음은 사설 요약.
역대 대통령들은 정책적 의견 차이가 있었더라도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신봉했다.
의견이 서로 다른 모든 미국인들이 하나의 믿음을 공유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 국제주의와 고립주의, 종교와 비종교, 친기업과 친노동, 친이민과 반이민, 자유시장과 정부 개입, 낙태 반대와 찬성 등 모든 주제들이 한 사람의 명령이 아니라 민주적 토론과 헌법 절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믿음이다.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는 첫걸음은 그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며 그가 한 많은 일들이 법적으로 정당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해온 많은 일들이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한 것들이다. 선거에는 결과가 따른다.
그러나 트럼프가 취한 여러 정책들도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의원들과 시민 활동가들이 그를 합법적 수단으로 견제해야 한다.
트럼프의 어리석은 정책과 민주주의를 해치는 정책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근간
트럼프는 첫 100일 동안 미국 민주주의의 다섯 가지 토대를 공격했다.
◆권력 분립
트럼프와 JD 밴스, 정부 여러 인사들이 사법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판사의 정보 요구를 거부했고, 명령을 무시했다. 트럼프는 판사들을 정신 나간 자, 급진주의자라 모욕했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판사들의 탄핵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의회도 무력화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순응적 태도는 심각한 문제다. 그들은 트럼프의 권력 장악을 반대하지 않았고, 스스로의 권위를 주장하지도 않았다.
이들의 침묵이 견제 받지 않는 대통령제를 향한 길을 넓히고 있다.
◆적법 절차
증거를 심사하고, 판단을 내리며, 결과를 결정하는 공정한 법적 절차가 정의 실현을 뒷받침하는 원칙이다. 트럼프는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려왔다.
지난 3월 238명의 이민자를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감옥으로 급히 추방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보수 성향 하비 윌킨슨 3세 판사가 "미국 거주자를 헌법 질서의 기초인 적법 절차의 흔적조차 없이 외국 감옥에 가둘 권리"를 미국 정부가 주장했다고 비판하면서 이 논리는 미국 시민의 추방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법 절차가 무너질 때, 기본적인 인권도 무너진다.
◆법 앞의 평등
트럼프는 연방 검사들과 요원들을 자신의 정치 행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및 진보 단체 후원 모금 플랫폼 액트블루를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야당의 선거를 방해하려는 정치적 권력 행사다.
트럼프가 법률 사무소를 처벌한 것은 비판자들이 법적 대리인을 찾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다.
일부 전직 관리에 대한 경호를 철회한 것은 그와 그의 행정부를 비판하지 못하게 겁을 주려는 의도다.
1월 6일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사면이나 뉴욕 시장 에릭 아담스에 대한 기소 철회는 트럼프의 측근들이 처벌받지 않고 법을 위반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정의는 결코 공정하지 않으며, 오직 그의 이익에 봉사할 뿐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트럼프는 ABC, CBS, 디모인 레지스터와 같은 언론사들을 자신이 싫어하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2020년 대선이 정당했다고 인정한 전임 사이버보안 책임자를 처벌하는 명령도 했다.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한 이민자들을 집중 공격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정당한 발언을 허위이거나 반미적인 것으로 왜곡했고, 정부 권한을 동원해 발언자를 처벌했다. 모두에게 말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다.
◆개인 이익 추구
트럼프가 자신과 측근을 부유하게 만드는 데 정부 권력을 활용해온 행태는 놀라울 정도다.
트럼프 리조트에서 영국 오픈 골프 대회를 개최하도록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로비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트럼프는 정부 자원을 자기 기업 활동에 활용했다.
미국인과 외국인이 돈을 바치도록 하는 수단도 만들었다. 바로 트럼프 일가가 만든 암호화폐 $Trump와 $Melania다. 동시에 암호화폐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임기 첫날, 로비스트로부터 고가 선물을 받는 것을 금지한 바이든 정부 정책을 폐기했고, 부패 조사 당국자 여러 명을 숙청함으로써 자신과 측근들이 쉽게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원칙 지키는 효과적 대응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비판자를 겁주고 동맹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정치 시스템을 조작하겠다고 말이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방식을 모방한다.
이들은 쿠데타 없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뒤 점점 더 많은 권력을 손에 넣었다. 반대 의견을 억압했고, 언론의 자유를 막았으며, 정치적 반대자들을 위협하고, 언론 보도와 선거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뒤틀었다.
트럼프로부터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의회도, 법원도 강제 집행을 위한 군대나 정보기관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권한은 대통령에게만 있다.
악의적으로 행동하는 대통령에 맞서려면 정교하고 다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가장 강력한 견제를 해야 할 의회가 무력화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정치적 대가 치르게 해야
트럼프를 막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것이다.
인기가 낮아질수록, 트럼프가 공격하는 사람들이 맞설 용기를 얻고, 공화당 의원들은 계속 침묵하면 자신도 위태로워질 것을 걱정하게 된다.
이미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다. 지지율은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헝가리나 인도의 지도자들이 높은 인기를 유지해온 것과는 다르다. 인기가 낮은 트럼프가 이들을 계속 흉내 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트럼프가 하는 모든 일을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넓은 연합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가 한 일을 과장하지 않는 냉정한 태도가 필요하다. 보수 정책과 헌법 위반을 혼동하면 보수층이 다시 트럼프 쪽으로 돌아가게 만들 위험이 있다.
하버드대의 저항이 본보기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트럼프가 하버드대를 비판한 내용의 일부가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실제로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들이 반유대주의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해왔고, 진리 탐구보다는 진보적 이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버 총장은 트럼프가 제기한 비판의 일부를 인정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러나 하버드대는 트럼프 정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강하게 맞섰다.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법치 파괴에 저항하는 상징이 됐다. 하버드대를 이성적으로 비쳐지게 만들어 트럼프에게 비이성적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연방 판사들, 특히 대법관들도 이성적으로 대응 해왔다. 그들은 법을 준수하라는 명확한 판결을 내렸고 트럼프가 판결을 무시한 뒤에야 강경 대응에 나섰다.
2주 전 한밤중에 대법관 9명 중 7명이 트럼프 정부가 적성국민법을 근거로 이민자들을 추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대법원 명령이 트럼프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렸다. 노골적으로 대법원 명령을 위반하면 지지율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는 과거에도 퇴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런 시기를 지나 다시 회복했다. 민주주의의 생존이 필연적이어서가 아니라, 서로 의견이 달랐던 많은 미국인들이 이 나라의 이상을 위해 용기 있고 지혜롭게 싸웠기 때문이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책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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