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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만에 백악관 떠나는 머스크 "불교는 부처 이후 더 융성"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2 14:07

수정 2025.05.02 14:07

정부효율부 내려놓고 떠나는 머스크, 주류 매체와 이례적 회견
약속한 예산 절감 못 이뤘지만 "가능한 목표, 갈 길 멀어"
다음달이면 특별 공무원 신분 만기, 백악관 떠나 테슬라 경영 집중
DOGE 후임 질문에 "불교는 부처 이후 더욱 융성" 답해
백악관에서 여러차례 숙박, 본인 사무실은 유지할 듯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해 '미국만'이라고 적힌 모자를 들어 올리고 있다.AFP연합뉴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해 '미국만'이라고 적힌 모자를 들어 올리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들어 약 100일 동안 미국 트럼프 정부의 구조조정을 맡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을 떠나며 그 동안 ‘특별 공무원’으로 일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과 정부효율부(DOGE)를 각각 부처와 불교에 비유하며 자신이 떠나도 DOGE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머스크, 못 이룬 예산 절감 약속에 "갈 길이 멀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의 각료회의에 참석한 머스크는 백악관을 떠나기 전에 ‘깜짝’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 주류 매체와 인터뷰를 피했던 그는 이날 주요 매체 기자 12명을 불러 모았다.

가상자산 ‘도지(DOGE)’ 투자자로 유명한 그는 도지의 철자와 같은 DOGE를 이끌었던 지난 100일을 회상하며 “우리가 DOGE를 얻은 것은 웃긴 일이었다.

그건 한때 ‘밈 코인’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밈 코인은 인터넷이나 기타 매체에서 유행이나 유머, 각종 사회 이슈들의 이름과 이미지를 따서 장난처럼 만들어내는 가상자산이다.

머스크는 “DOGE는 불교처럼 삶의 방식”같은 것이라며 “우리는 1990년대 민주당 정책을 2025년에 옮겨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운동을 도우며 자신이 새 정부에 합류해 방만한 정부 운영을 개선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연방정부의 지출을 최소 2조달러(약 2837조원) 줄이겠다고 말했으나 지난 2월 트럼프 정부의 첫 각료회의에 참석해 2026년 회계연도까지 1조달러 감축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매체들은 DOGE가 공무원 정리 해고 및 각종 예산 삭감으로 줄인 비용이 1600억달러(약 227조원) 정도라고 보고 있다.

머스크는 여전히 1조달러 감축이 “가능하다”면서 “갈 길이 멀다.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매일 절약하는 비율은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문제는 정부와 의회가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라며 "할 수 있지만 많은 불만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정부 내에 “부패의 고리들이 있고 이를 해소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마피아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며 두목을 잡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머스크의 트럼프 정부 이탈이 확실시 되는 시점에서 나왔다. 머스크는 따로 청문회나 시험을 거치지 않은 민간인이며 막대한 재산과 기업 경영으로 공직을 맡기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앞서 백악관은 머스크가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DOGE를 이끈다고 밝혔다. 미국의 연방정부 공무원 가운데 윤리 및 이해 충돌 규정에서 면제 받는 특별 공무원은 1년에 130일 넘게 정부에서 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정부 활동을 시작한 머스크 역시 6월에는 더 이상 공무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지난 3월 1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소방당국 조사원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길에 파괴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3월 1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소방당국 조사원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길에 파괴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AP연합뉴스

후임 질문에 "불교는 부처 이후 더 융성했다"
머스크는 DOGE 활동으로 정치적인 비난을 받았으며 일부 반(反)트럼프 시위대는 테슬라 매장이나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아울러 테슬라 내부에서는 머스크가 경영에 소홀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머스크는 지난달 22일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DOGE보다 테슬라 경영에 신경쓰겠다고 밝혔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달 30일 보도에서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 축출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보도 직후 이를 부인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각료회의에 참석해 “훌륭한 내각과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이었다”라며 사실상 작별 인사를 고했다.

머스크는 “가차 없이 공격 받거나, 불타는 차를 지켜보는 것은 재미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내가 이곳(백악관)에서 보내는 시간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내 회사를 돌보는 주 업무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DOGE에 약 100명의 직원이 있다며 앞으로 몇 명이 더 일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없어도 DOGE의 노력이 트럼프 정부 남은 임기 동안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후 누가 DOGE를 지휘하느냐는 질문에 “불교에 부처가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불교는 부처가 떠난 다음에 더욱 융성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머스크는 과거 자신이 매일 출근해서 DOGE 업무를 했지만 앞으로는 1주일에 1~2일 정도만 DOGE 업무를 돌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워싱턴DC에 격주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머스크는 백악관 서관에 마련된 자신의 사무실은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끔씩 게임을 즐겼다며 “창이 하나 있긴 했지만 보이는 풍경은 공조장치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을 좋아한다면서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누가 날 쏘기 힘들 것”이라고 농담했다. 머스크는 백악관 3층에 위치한 링컨 침실에서 여러 번 자고 갔다고 밝힌 뒤 “트럼프는 좋은 친구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링컨 침실을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가 자고 가라고 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밤에 전화로 '백악관 부엌에서 캐러멜 맛 아이스크림을 꺼내오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머스크는 정확히 백악관에서 며칠을 숙박 했느냐는 질문에 “1번 이상”이라고 답했다.

지난 2월 1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기자회견 발언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월 1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기자회견 발언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