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시리즈 '스펙트라 : 알지비' 시작…7월부터 전국투어도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5.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2/202505021051339754_l.jpg)
신(scene)을 이끌어간 슈퍼스타들만큼, 음악만으로 생업을 이어온 밴드의 항상성(恒常性)도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2000년대 후반 뮤지컬배우 송용진이 차린 음악레이블 '음악창작단 해적'에 발굴됐고 2010년 셀프 타이틀 EP로 데뷔한 밴드 '딕펑스'(DPNS)도 그래서 중요한 팀이다.
김태현(보컬)·김재흥(리더·베이스)·김현우(키보드)·박가람(드럼)으로 구성된 이 팀은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았다. 2012년 엠넷 오디션 '슈퍼스타K4'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메이저 신에서 주목 받기도 했지만 인디펜던트(independent) 정신을 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영국 밴드 '킨(Keane)', 미국 록 밴드 '벤 폴즈 파이브' 같이 기타 없는 피아노 록을 국내에서 드물게 선보였던 '피아노 록의 총아'였던 이들은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
작곡가, 프로듀서 등을 갖추고 다른 콘텐츠도 제작하는 호기심 스튜디오와 지난해 계약을 맺은 뒤 처음 발표한 '첫사랑, 이 노래'는 딕펑스다움과 새로움 그 사이 어딘가를 적당하게 거닐었다.
지난달 24일 발매한 EP 시리즈 '스펙트라 : 알지비(Spectra : RGB)'의 첫 번째 트랙 '라이트 업(Light Up)'은 이전과 달리 기타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움을 환기시켰다. 6월까지 EP 작업을 만료한 뒤 7월부터 오랜만에 전국 투어를 시작하는 이들의 눈들이 다시 환해지고(Light Up) 있다. 다음은 싱글 발매 당일 경기 고양 호기심 스튜디오에서 만난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기타 사운드가 도드라지는 '라이트 업'은 피아노 록을 주로 선보인 딕펑스에겐 신선한 곡입니다. 호기심 스튜디오에 몸 담으신 이후엔 다양한 사운드 실험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걸 이번에 다시 느끼게 됐어요. 결과물이 되게 좋으니까 치유가 되는데 만드는 과정 속에서 많은 인내가 필요했어요.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다 보니까 '이게 맞나' 싶기도 한 경우도 있었고요. 흥미를 느꼈다기보다 공부를 한 시기였습니다. 저희끼리도 이런 음악을 처음 해보면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를 느꼈고, 사운드적으로도 저희가 했던 것에 비해 좀 더 트렌디했어요."(김현우)
-리듬 악기 담당하시는 두 분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재흥 씨가 부담을 덜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5.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2/202505021051403129_l.jpg)
"처음 곡을 쓸 때부터 '기타를 넣어야겠다'고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곡을 어느 정도 만들고 나서 보니까 '이건 기타가 무조건 있어야 되는 곡'이라는 결론이 나온 거죠. 심지어 초안을 했을 때는 빠른 곡도 아니었고요. 원래는 바운스 곡이었는데 합주를 하다가 훨씬 빠르게 스트레이트로 해보자라고 했고 '기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 거죠. 거기에 신스가 추가된 거고요. 끝내고 나서 보니까, 이 곡 버전이 여덟 가지가 있더라고요."(김태현)
"데모를 만들 때 미디로 드럼을 먼저 찍으면서 프로듀서 형님, 엔지니어 형님이랑 같이 만들었는데 너무 만족을 하고 연습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중에게 이 사운드를 어필하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서 보여드려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박가람)
"호기심에 와서 저희가 악기를 완전히 디테일하게 바라보면서 음악 작업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이런 부분이 굉장히 좋아요. '경우의 수가 많다'는 거죠. 이전엔 저희가 알고 있는 것 안에서만 만들었는데, 이곳에선 프로페셔널한 분들이랑 같이 만들다 보니까 가람이도 그렇고 시야가 넓어지는 게 저도 보이더라고요."(김현우)
-딕펑스는 정형화(定型化)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항상 다른 음악을 들려주려고 노력하셨고, 그 방향성 중 하나가 호기심을 택하신 거잖아요. 작년 11월에 발매한 '첫사랑, 이 노래'는 호기심에서 작업한 첫 결과물이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 이 곡에 대한 자체평가를 하신다면요.
"일단 부르면 부를수록 노래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전 무대에서 한곡만 부르는 게 아니잖아요. 공연하면 최소 여섯 곡, 일곱 곡 부르거든요. '첫사랑, 이 노래'는 어디에 배치를 해야 제일 잘 부를 수 있을까 고민을 진짜 많이 하게 되는 노래예요. 목소리를 최대한 예쁘게 내야 해서 앞에서 너무 달리다 부르면 맛이 안 나고, 처음에 부르면 뒤에서 힘들어지죠. 저희가 어렸을 때와 지금하고 마음가짐이 달라요. 예전엔 무뎃포((無鐵砲)로 갔다면 지금은 곡 뉘앙스 하나하나 느낌을 낼려고 굉장히 예민해지더라고요."(김태현)
"남들이 신경 안 쓰는 디테일에 물고 늘어지는 거 같아요. '라이트 업' 믹스할 때 계속 같이 있었는데 드럼을 들어보시면 요소요소마다 정말 미세하게 다르게 했거든요. 이런 디테일이 사실 저희에게 없었어요. 예전엔 기세로 갔죠. 지금 활동이 전환점,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박가람)
-정체성을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인데 딕펑스는 '좋은 음악'이라는 것에 포인트를 완전 맞추신 느낌입니다.
"저희가 곧 EP를 내잖아요. 총 다섯 곡이 들어가는데 우선 '라이트 업'이 나왔고 한 달 뒤 한두 곡씩 나오는데 장르가 다 달라요. 그런데 곡들의 결이 또 다 맞아요."(김현우)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5.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2/202505021051503561_l.jpg)
"정규를 내려면 아무래도 한 해, 두 해를 더 거쳐야 해요. 공연도 해야 하는데 전처럼 우리 에너지가 나올까 생각도 했어요. 음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공연에서 끌어올려야 하는 에너지를 채우는 시기도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싱글, EP 등 신곡을 자주 내는 게 목표입니다."(김태현)
"저희가 한 번에 다섯 곡, 여섯 곡씩 녹음하는 게 아니거든요. 빌딩을 짓는 것처럼 한 건물을 완전하게 짓고 다시 처음부터 초기 공사해서 올리는 식으로 하다 보니까 오래 걸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비용에 맞춰 공장처럼 찍어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장인처럼 만들려고 합니다."(김현우)
-올해가 인디 30주년인데 딕펑스는 그 반 이상을 함께 하며 인디 신을 지키는데 힘을 보탰어요.
"인디 신에 가장 밀접하게 붙어 있는 게 공연이에요. 저희도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을 하며 시작을 했고요. 근데 시대가 변하면서 버스킹, 유튜브 등으로 문화가 바뀌었죠. 대중, 팬들에게 우리 음악을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가 늘 고민이죠.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도 무시 못하게 됐기 때문에 세상의 흐름을 잘 이해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저희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항상 화두죠."(김태현)
"사실 저희 위치가 애매해요. 인디 출신이 맞는데 인디를 끌고 간 밴드는 아니에요. 사실 저희가 ('슈퍼스타K4' 준우승 후) 인디에서 갑자기 벗어나 가지고 대중에 비친 케이스거든요. 하루아침에 로또 당첨된 것처럼 저희 히스토리가 그렇게 돼버렸어요. 그렇게 저희 입장이 메이저, 인디 반반 걸쳐서 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저희가 어떤 포지션을 가져가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눴죠. 근데 그 과정에서 답을 찾지 못했어요. 어떻게 보면 해결하진 못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도 있죠. 다만 시간이 가면서 느껴지는 건 인디, 메이저를 떠나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대중, 후배들이 저희를 좋아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김현우)
-개인적으로 딕펑스가 국내 대중음악 시장 구조에서 메이저에 있었다고 해도 독자적으로 계속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인디펜던트, 즉 인디(독립) 정신은 계속 지켜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디가 아닌 순간이 없었던 거죠. 언더그라운드와 인디는 다르니까요. 그런 정신으로 부침이 심한 이 판에서 15년을 음악만 해왔다는 자체가 충분히 존중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구라도 '슈스케4' 이후 인기가 많아졌을 때는 갖은 유혹에 흔들리기 쉬웠을 겁니다.
"사실 한 때 네 멤버 다 연예인 병에 걸렸었어요. 그때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는 아직 인디밴드고 연예인 병에 안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엄청 잘 버틴 거예요. 완전히 병 걸려가서 전혀 다른 딴 세상으로 갈 수 있었는데 말이죠. 하하."(멤버들)
"저도 저희 위치가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획을 그었다' '밴드로서 뭔가 족적을 남겼다'고 말하기엔 거창한 일을 한 거 같지는 않아서요. 하지만 감사한 건 딕펑스라는 팀을 기억해 주시고, 후배 뮤지션들이 '곡 카피를 많이 했다'고 얘기해줄 때예요. '선배들한테 느꼈던 감정을 저희도 지금 어떤 사람들한테 주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고마워하는 거죠."(김현우)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5.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2/202505021052017553_l.jpg)
"초창기에 저희를 보러와 주신 팬분들 20, 30명이 제일 많이 생각나요. 클럽 버디, 사운드 홀릭, 클럽 주, 사피엔스7 등에서 공연했는데요. '슈스케' 출연 전이었는데, 정말 저희를 좋아해주신 분들이죠. 특히 당시엔 긱(geek) 문화로 팬들이 생성되기도 했던 때예요. 다른 밴드 공연 보러 왔다가 저희를 발견하고 좋아해주시는 상황도 있었고요. 저희를 보러 왔다가 다른 밴드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김현우)
"퀸 라이브홀(Queen Live Hall)에서 공연을 했던 때가 생각나요. 톡식, 로맨틱펀치, 스팟라이트, 내귀에 도청장치, 네미시스 같은 팀들이랑 일주일에 한 번씩 무조건 공연을 했거든요. 2층에서 보던 기억이 납니다. 무대가 티(T) 자로 생겼었는데 그곳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관객들도 막 뛰고 날 것의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다 친했지만 묘한 신경전도 있었죠. 그걸 통해 또 어깨 너머로 배우기도 하고, 그런 부분이 진짜 재미있었어요. 당시엔 행복하다고 생각은 당연히 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행복한 거라는 많이 들어요. 큰 돈을 만지지 못했지만 '우리 20대를 되게 알차게 보냈다. 열심히 살았다'는 마음이에요."(김태현)
"제가 홍대에 살았었거든요. 공연이 끝나면 그곳에서 멤버들이 지지고 볶고 했어요. 오디오 카드도 없는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있었고, 저희 머리 위에서 다른 팀이 공연하는 동안 대기하고 있다가 다 끝나면 올라갔던 기억이 나요."(김재흥)
-밴드 생활 시작하셨을 때랑 지금이랑 밴드에 대한 정의가 달라진 게 있나요?
"밴드라는 정의 자체가 옛날과 되게 달라졌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전 밴드는 무조건 음악을 만들어야 하고, 무조건 연주 다 해야 하고, 라이브 무조건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 MTR(멀티 트랙 레코더)도 틀면 안 되고 빡빡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밴드가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배척하는 것보다 온 세상 사람이 다 밴드하는 것이 우리한테 이득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됐어요."(김현우)
"아는 형님이 특정 밴드보고 '밴드가 아니다'라고 먼저 얘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밴드를 하니까 저를 위해서 해주신 말씀이었는데 제가 오히려 '그 팀도 밴드다. 좋은 음악 많이 만든다. 다양한 형태의 밴드가 있는 거'라고 얘기했어요. 주변에서 밴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니까, 요즘 밴드 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김태현)
"전 멤버들과 가족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하."(박가람)
"저희는 친구로 만났어요. 대학교 친구, 동기로 만난 거죠. 그 때는 무슨 게임 하듯이 만났단 말이에요. 근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재미있는 것들이 어느 순간 일로 변해버리더라고요. 또 요걸로 돈을 벌다 보니까 저희 사이도 비즈니스 관계가 돼버린 거예요. 일이 끝나면 다 퇴근하고 각자의 집으로 가서 쉬고 각자의 사람을 만나고 그러다가 일 있으면 같이 모이고…. 근데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밴드도 다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디테일하게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까 예전 시절에 대한 향수가 떠올랐어요. 그걸 느끼면서 앞으로 나올 음악들을 '굉장히 기대헤도 되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호기심 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 2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전부터 2막을 계속 열었다고 그랬는데 이번엔 제대로 연 거 같아요. 하하."(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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