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2기 출범 100일 관세전쟁 선포, 국제경제 대혼란 빠져
-혼란·불확실성 높여 미국의 협상력 극대화, MAGA 전략 일환?
-워싱턴 조야 ‘전략의 부재’ 공통 지적, 혼란 조성 ‘전략’ 아닌 듯
-국경보안· 불법이민 감소·유라시아 중동 전쟁 협상 발판 성과도
-단기 처방·중·장기적 불확실성 내재, 성과로 분류 어렵단 의견도
-경제침체, 미국의 소프트파워 추락, 민주주의 위기 등 폐해 지적
-韓 불확실성에 유연한 대응, 정교한 외교안보 전략 방향 설계 절실
-한미동맹 지키려면 기존과 다른 트럼프의 동맹 인식 직시해야
-미 국방부 잠정 전략지침 인-태 중요성 강조는 긍정적 요소 작용
-순진한 사고 경계, 한국과 조율 없이 미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美 이익 위해서도 韓 귀중한 동맹국 인식 구도 만드는 전략 필요
-한국형 거래적 접근법, 외교안보전략에 조선역량 등 촘촘히 녹여야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2기 출범 100일 관세전쟁 선포, 국제경제 대혼란 빠져
-혼란·불확실성 높여 미국의 협상력 극대화, MAGA 전략 일환?
-워싱턴 조야 ‘전략의 부재’ 공통 지적, 혼란 조성 ‘전략’ 아닌 듯
-국경보안· 불법이민 감소·유라시아 중동 전쟁 협상 발판 성과도
-단기 처방·중·장기적 불확실성 내재, 성과로 분류 어렵단 의견도
-경제침체, 미국의 소프트파워 추락, 민주주의 위기 등 폐해 지적
-韓 불확실성에 유연한 대응, 정교한 외교안보 전략 방향 설계 절실
-한미동맹 지키려면 기존과 다른 트럼프의 동맹 인식 직시해야
-미 국방부 잠정 전략지침 인-태 중요성 강조는 긍정적 요소 작용
-순진한 사고 경계, 한국과 조율 없이 미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美 이익 위해서도 韓 귀중한 동맹국 인식 구도 만드는 전략 필요
-한국형 거래적 접근법, 외교안보전략에 조선역량 등 촘촘히 녹여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100일을 맞으며 다양한 평가가 대두되는 상황에서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혼란(chaos)이라는 단어다. 관세전쟁 선포로 국제경제는 대혼란에 빠진 상태이고, 동맹과 적성국의 미구분으로 외교도 혼돈 그 자체라는 현실을 반영한 단어다. 국내정치와 달리 국제정치에는 중앙권위체가 없는 무정부(anarchy) 구조다. 그럼에도 국제정치에는 나름의 질서가 작동되어왔다.
혹시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성하고 있는 혼란은 불확실성을 높여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함으로써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strategy)’의 일환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전후 미국이 쌓아온 많은 것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혼란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트럼프 출범 직후 한동안은 혼란 조성도 잘 짜여진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00일에 즈음한 평가를 보면 워싱턴 조야에서 ‘전략의 부재’를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즉, 혼란 조성이 ‘전략’이 아니란 의미다.
따라서 그 배경을 따져보기 위해서 트럼프 100일 성과 진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성과로 트럼프 행정부 스스로 혹은 일부 미국 인사들은 국경보안을 꼽고 있다. 과감한 반이민 정책추진으로 불법이민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성과로 유라시아와 중동의 지정학적 전쟁에서 협상의 발판을 마련한 것을 꼽기도 한다. 물론 이 두 가지 성과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고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어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공존하는 터라 성과로 분류하기는 모호한 측면도 있다. 한편 폐해는 무수히 많이 지적된다. 경제침체, 미국의 소프트파워 추락, 민주주의 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달리 미국이 지닌 차별화된 강점인 동맹이라는 자산을 잃고 있다는 점도 공통된 평가다.
이처럼 트럼프 100일은 잃은 것이 많다는 평가가 주류이지만 아직 레임덕하고는 거리가 먼 집권 초기이기에 향후 전망에서 두 가지 옵션이 모두 가능한 상황이다. 첫 번째 옵션은 이러한 냉철한 평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여 미국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옵션은 100일 평가를 개의치 않고 지금과 같은 혼란을 이어가는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부 혹은 외부에서 이 두 가지 옵션을 놓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절충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세계관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전 세계를 대규모 부동산 시장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모든 것을 거래로 시작해서 거래로 끝낸다는 접근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상회담을 포함한 모든 외교도 단지 거래이기 때문에 동맹국과 적성국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사고를 버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규칙성과 과도기 국제질서 장기화라는 현실에 마주한 터라 한국도 외교안보전략 진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진화된 전략은 불확실성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교화되어야 하기에 설계가 만만치 않다. 동맹관리와 유연성 보장을 모두 전략에 담겨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작점은 명확하다. 한반도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지켜내려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과는 다른 동맹 인식을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철통동맹은 변함없을 것이란 순진한(naive)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 국방부가 잠정 국방전략지침을 통해서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한미동맹을 지켜내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자신은 이 지침에 큰 관심이 없고 대서양 동맹처럼 인도-태평양 동맹에도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시각도 많다. 이는 한국과 세심한 조율 없이 미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조만간 공식 의제로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국이 귀중한 동맹국이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구도를 만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조선역량 등 한국이 현재 보유한 대미 레버리지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한국형 거래적 접근법이 진화된 외교안보전략에 촘촘히 녹아있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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