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전쟁장사 중단하라" 전시회장서 시위…대법 "업무방해 아냐"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2 12:51

수정 2025.05.02 12:51

'방위산업전' 행사장서 반전 시위
1심 무죄→2심 벌금 50만원…대법 파기환송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방위산업 관련 행사장에서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악기 연주와 구호 제창 등의 시위를 한 활동가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 A씨 등 8명에게 각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지난 2022년 9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한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행사장에서 장갑차 위에 올라가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전쟁장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전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들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악기 연주와 구호 제창 전후로도 인근에 많은 관람객들이 오가며 관람을 하고 있었고, 피고인들이 행사 관계자나 관람객들에게 위협적인 언동을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반면 2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전시회 운영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것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을 뒤집고 피고인들에게 벌금 50만원씩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력, 즉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써 이뤄졌다거나, 이 행위로 인해 전시 업무가 실제 방해됐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1350개 전시 부스 중 1개 부스에서만 이같은 행위를 했고, 그 시간도 5분 이내에 불과했다"며 "2명은 현장에서 확성기나 앰프 없이 2대의 현악기만을 이용한 짧은 연주를 통해 표현행위를 했고, 구호 제창도 3명이 짧은 시간 동안 육성으로 진행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들은 각각 악기 연주와 구호 제창을 마친 뒤 자발적으로 표현행위를 종료했다"며 "피고인들은 가급적 전시회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법 규범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표현행위를 가급적 너그럽게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국민의식도 이를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성숙하게 됐다"며 "무기생산과 수출 등 국가 방위산업에 관한 사항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은 국민의 일원으로서 공적 관심사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