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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이 없다" 日은행, '경력>신입' 시대로... 퇴사 직원도 재입사 '러브콜'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2 13:42

수정 2025.05.02 13:42

3대 메가은행 2025년 경력 채용 계획 1170명 역대 최대
신입 비중 추월 "순혈주의 붕괴"
M&A·AI 인재 중심, 즉시전력감 우선 전략 강화
금융권 AI 인재 수요 3년 만에 9배 급증
미쓰비시UFJ금융그룹. fnDB
미쓰비시UFJ금융그룹. fnDB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3대 메가은행이 올해 경력 채용 계획을 확정했다. 총 1170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2023년도 실적(1102명)을 넘어선다. 계획대로 채용이 이뤄진다면 경력 입사자가 신입을 넘어 과반을 차지하는 은행도 나올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인수합병(M&A) 등 전문 분야에서 즉시 전력감을 선호하는 가운데 기존의 공채 순혈주의에서 전문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직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신입보다 많다… 경력 채용 5년 새 5.7배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3개 은행의 2025년도 경력 채용 계획은 전년 실적 대비 20% 증가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5.7배에 달한다. 반면 신입 채용은 전년보다 8% 증가한 1790명에 그쳐 경력이 전체 채용의 40%를 차지하며 사실상 주축이 되고 있다.

당초 1200명을 목표로 했던 2024년도 채용은 업종 간 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되며 실제 채용은 967명에 그쳤다. 이를 반영해 올해는 보수를 상향하는 등 조건 개선에 나선 상태다.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할 예정인 곳은 미쓰비시UFJ은행으로 경력 700명, 신입 640명을 계획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사상 처음으로 경력 채용이 신입을 앞서게 된다. 경력 비율은 2023년 46%에서 2025년 52%로 웃돈다. 2023년에는 347명, 2024년에는 544명을 채용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600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구직 이벤트 등을 통해 접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지주회사, 은행, 신탁은행을 합산해 25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2024년(203명) 대비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사업 승계, 주주 전략 등의 컨설팅 외에도 M&A, 프로젝트 파이낸스 등 전문 인력을 영입한다.

미즈호는 2024년부터 연공서열을 없앤 새 인사제도로 완전히 전환했다. 경력과 스킬 기반의 보수 체계를 도입해 시장 가치에 맞는 연봉 제시가 가능해졌다. 각 사업 부문이 주체가 돼 채용을 진행하며 입사 후 함께 일할 직원이 면접을 맡는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지난해 이어 2025년에도 역대 최대 수준인 22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인사부와 현장 부서가 연계해 기업이 직접 구직자에게 접근하는 '다이렉트 리크루팅'을 실시한다. 재직자가 지인이나 친구를 소개하는 채용 방식도 활용한다.

일본 도쿄 시내 풍경. 연합뉴스
일본 도쿄 시내 풍경. 연합뉴스
M&A 인력 쟁탈전, 퇴사한 직원도 다시 뽑는다

일본에서는 도쿄증권거래소의 혁신, 행동주의 펀드의 부상 등을 배경으로 M&A 관련 자금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한 대형은행 간부는 "인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은행권은 전문 인재를 통해 신규 사업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특히 디지털 인재의 쟁탈전은 타 업종과 경쟁이 치열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인공지능(AI) 인재 채용 공고는 2024년에 2021년 대비 9배로 급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경제 환경이 불투명하지만 인재 확보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은행권은 대량 채용 세대의 전출·퇴직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력과 신입을 가리지 않고 채용을 확대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은행은 퇴사한 직원을 다시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조직문화와 업무를 이해하는 이들이 외부 경험을 토대로 가치를 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UFJ은행이 23명, 미즈호가 7명,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소수 인원을 퇴사 직원을 다시 채용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