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채널 옮긴 액션 학원물 '약한영웅' 제작진 인터뷰
한준희 크리에이터 "이 작품 안타고니스트는 어른들…시즌3 계획은 아직"
'약한영웅' 감독 "해외 시청자 고려해 시즌1보다 덜 무겁게"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채널 옮긴 액션 학원물 '약한영웅' 제작진 인터뷰
한준희 크리에이터 "이 작품 안타고니스트는 어른들…시즌3 계획은 아직"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대본의 마지막 지문에 이렇게 썼어요. '시은이 웃는다. 정말로 환하게'…사실 이 장면을 위해서 시즌2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유수민 감독)
학생들이 마주한 폭력을 전면에 내세운 시리즈 '약한영웅'의 시즌2(클래스2)로 돌아온 유수민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은이를 다시 웃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에 시즌2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시즌1 촬영을 끝내고 나서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 (시즌2를) 시작할 엄두가 안 났는데, '시은이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겠다. 이렇게 놔둘 수는 없다'는 마음이 큰 동력이 됐다"며 "클래스2에는 시은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인물들과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약한영웅' 시리즈는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학교폭력에 맞서는 이야기로, 10대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우정·질투 등을 섬세하게 다뤄 화제가 됐다.
시즌1은 2022년 웨이브 오리지널로 공개됐고, 시즌2는 지난달 25일부터 넷플릭스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유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더 많은 국가에서 시청할 테니까, 분위기 자체를 너무 무겁거나, 감정 소모가 심하지 않도록, 최대한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들려고 했다"고 시즌2가 시즌1과 다른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장르적인 느낌을 더하고 싶었고, 클래스1과 2가 소설책 상·하권처럼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도록 느껴지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액션 장면에도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유 감독은 "시즌1에서 시은이는 괴롭힘에 대한 반작용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면, 이번에는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가 결국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주먹을 들게 되지 않느냐"며 "조금 더 처절하고, 감정적인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다 보니, 시즌1에서처럼 전술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을 것 같아요. 싸우는 이유, 목적이 달라졌기 때문에 액션 디자인도 많이 바뀐 거 같습니다."

연시은을 연기한 박지훈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유 감독은 "박지훈 배우는 시즌1 촬영을 마친 후에도 계속 시은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첫 촬영부터 시즌1 때 모습 그대로 연기하길래, 신기할 정도였다"고 되짚었다.
그는 이어 "타고난 재능이 엄청난 배우인 것 같다. 화면 안에서 존재하면서, 화면 바깥에 있는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힘이 박지훈 배우만큼 강한 배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는 기획총괄로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 한준희 감독도 함께했다.
그는 기획부터 캐스팅, 촬영, 편집까지 작품에 전반적으로 관여했으며 전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D.P.'에 이어 이번에도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한 기획총괄은 이와 관련해 "이 작품의 안타고니스트(반동 인물)는 나백진이나 금성제가 아닌 어른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대 학생들이 한 게 실수라면, 알 걸 다 아는 어른들이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종의 사회 시스템인 학교와 가정에서 어른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대가는 오롯이 아이들이 치르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약한영웅 클래스2'는 공개된 후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비영어 TV 시리즈로 꼽히는 등 국경을 넘어 인기를 끌고 있다. 볼리비아, 페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오만,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 9개국에서 '시청 수'(시청 시간을 상영 시간으로 나눈 값) 1위를 기록했다.
한 기획총괄은 "약자가 강자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이야기는 만국 공통의 정서를 자극하는 것 같다"며 "'언더독'의 이야기에 액션을 버무려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간 것 같다"고 인기의 비결을 꼽았다.
'약한영웅 클래스3'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한 감독은 "저희끼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즌3를) 구체화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반응했다.
"시트콤처럼 '우당탕탕'하는 전원일기 같은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있어요. 지금 이렇게 시즌3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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