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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한반도톡] 러시아에 軍보낸 北, '파병효과' 수확할까

연합뉴스

입력 2025.05.03 09:01

수정 2025.05.03 09:01

한국, 베트남전 파병으로 외교, 경제, 군사적 실익…북한도 유사한 효과 기대 젊은 군인에 희생 강요 비판…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비난에 외교적 실익도 난망
[장용훈의 한반도톡] 러시아에 軍보낸 北, '파병효과' 수확할까
한국, 베트남전 파병으로 외교, 경제, 군사적 실익…북한도 유사한 효과 기대
젊은 군인에 희생 강요 비판…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비난에 외교적 실익도 난망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조인식 (출처=연합뉴스)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조인식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러시아가 전승절(5월 9일) 80주년을 앞두고 서둘러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했던 쿠르스크 지역의 완전 탈환을 선언하면서 북한군이 파병돼 작전에 기여했음을 밝혔다.

작년 10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소식이 알려지고 반년이 지나서 사실확인이 이뤄진 셈이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서면입장문에서 이번 파병과 참전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 '유사시 상호간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들어 정당한 조치라면서 "북러친선 협조관계의 모든 방면에서의 확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경제, 외교,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병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북한의 기대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파병을 통한 다양한 효과는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을 통해 확인된다.

박정희 정부는 미국 존슨 대통령의 파병 요청에 따라 1964년 9월 의료진과 태권도 교관단 140명을 시작으로 군을 베트남에 보냈다.

이후 1973년 휴전협정에 따라 철수가 이뤄질 때까지 8년에 걸쳐 5만여명 규모의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이 전쟁을 통해 한국은 경제, 외교, 군사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후진국에서 벗어날 교두보를 쌓았다.

우선 베트남 파병 장병들이 벌어들인 수당은 총 2억3천556만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82.8%인 1억9천511만 달러가 국내로 송금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이뿐 아니라 영화 '국제시장' 속 황정민에게서 보듯 한국인 기술자와 노동자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활동하며 보내온 임금 송금액도 적지 않았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미군기지 건설을 수주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였고 미국은 파병에 따라 한국 내 군수품 및 물자 조달 규모를 확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전 파병으로 총 5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 수입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외교적으로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은 한미동맹이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군이 참전한 전쟁에 직접 군대를 보내 전투에 참여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은 6·25전쟁에 이어 피를 나눈 관계를 이어가며 '혈맹'을 재확인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한국군의 입장에서는 미군의 지원으로 당시 각종 군사장비를 현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게릴라전에 직접 참여하며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베트남전 출정 재연하는 해병대 청룡부대원들 (출처=연합뉴스)
베트남전 출정 재연하는 해병대 청룡부대원들 (출처=연합뉴스)

북한도 이번에 적잖은 군병력을 파병해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러시아를 도움으로써 다양한 파병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직접적으로 파병 군인들이 벌어들이는 수당에 눈길이 모아진다. 국가정보원은 작년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천달러 수준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쪽 입장에서는 월 2천달러가 매우 적은 액수이지만, 북한 경제상황이나 주민들의 실생활을 고려하면 매우 큰 액수다. 실제로 북한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월 10달러 안팎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러시아는 북한에서 컨테이너 1만6천개 분량의 포탄 수백만발에 탄도미사일, 자주포 등을 들여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러시아 군수기지 역할을 한 것으로 이런 북한의 역할은 당분간 이어지며 외화벌이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다양한 러시아의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며 건설노동자 파송 등을 통해 부족한 외화창구를 채워갈 전망이다. 국정원은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 1만5천명 송출된 걸로 추정해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파병으로 관계가 돈독해진 북한과 러시아는 다양한 경제협력사업을 벌여나갈 전망이다.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두만강 자동차 교량 착공식이 지난달 30일 열렸는데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다리가 완공되면 기업의 운송 비용을 절감해 다양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돼 북러 간 무역·경제 협력이 확대되고 관광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노동력이 부족해 극동개발에 애를 먹는 러시아가 북한과 연계해 지역 개발에 나서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이 다방면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북러 잇는 두만강 자동차 다리 착공식 진행 (출처=연합뉴스)
북한, 북러 잇는 두만강 자동차 다리 착공식 진행 (출처=연합뉴스)

군사적으로는 6·25전쟁 이후 실제 전장에 전투병이 대규모로 참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한군은 현대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 전자전과 드론전 등 북한군에겐 생소한 전투환경을 경험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한 셈이다.

또 러시아가 다양한 첨단군사기술을 북한군에 이전해 국방력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최근 북한이 선보인 5천t급 구축함 '최현호'에 장착된 무기체계나 다양한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에 러시아의 군사기술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전투기나 레이더망, 요격미사일 등 방공망이 부실한데 이런 부분을 러시아의 도움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이 파병 및 무기 수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정찰 위성과 발사체 기술 자문, 무인기 실물, 전자전 장비, SA-22 지대공 미사일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끝으로 외교적으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밀착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애에도 북미대화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이 나오는 것도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러시아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행동이 있을 때마다 한미 군사훈련 때문이라며 편을 들고 있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최근 브릭스(BRICS) 고위 안보 대표 회의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기한 대북 제재를 수정할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 생포 북한군 신분증 (출처=연합뉴스)
우크라 생포 북한군 신분증 (출처=연합뉴스)

북한이 이처럼 다양한 파병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따르는 비난도 불가피하다.

우선 외교적, 경제적 이익을 젊은 북한 군인의 희생과 맞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군인들이 전쟁에 내몰렸고 국정원의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 600명을 포함해 총 4천7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 군인은 러시아에서 러시아 부대와 1주일간 함께 훈련받았을 때 러시아 군인 신분증을 받았다면서 우크라이나전쟁이 아니라 훈련을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파병 북한 군인이 올바른 정보 없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장에 투입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쟁이 인접 지역에서 발생해 북한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주는 상황이 아님에도 참전을 결정하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대러시아 의존 심화는 외교적으로 역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j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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