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관홍 잠수사 모티프 '바다호랑이' 전주영화제서 공개
제작비 조달 어려움에 연극 기법 활용…세트장·마임 연기 눈길
정윤철 감독 "세월호 잠수사 트라우마 커…상처 극복 고민하자"故김관홍 잠수사 모티프 '바다호랑이' 전주영화제서 공개
제작비 조달 어려움에 연극 기법 활용…세트장·마임 연기 눈길

(전주=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이제 여러분들은 이 세트장에서 한 편의 영화를 작업하게 될 겁니다."
영화 '바다호랑이'는 정윤철 감독의 이런 말로 시작한다. 이에 따라 배우들은 공연 연습실에 단출하게 지어진 세트 안에서만 연기한다. 보이지 않는 대상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마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연극을 영상화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김탁환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세월호 잠수사 경수(이지훈 분)가 고통을 극복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그린다. '바다호랑이'는 2021년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장편 극영화 시나리오 부문 당선작으로 당초 100억원대 규모의 블록버스터로 기획됐지만,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같은 실험적인 형식을 택했다.
"처음엔 자본 문제 때문에 선택한 방식이지만, 완성된 걸 보니 이 작품의 형식이 가진 장점도 큰 것 같아요. 만약 배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를 구하는 모습을 직접 찍는다면 촬영 방법도 고민해야겠지만 그걸 보는 관객이 견딜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 감독은 2일 CGV 전주고사에서 열린 '바다호랑이'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차선으로 취한 방법이 오히려 작품에 힘을 불어넣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최근 개막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상영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비교적 덜 조명된 실종자 수색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게 특징이다. 주인공 경수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로 구조팀에 합류해 시신을 수습한 고(故) 김관홍 씨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정 감독은 "영화를 상영하면 김관홍 잠수사께서 어느 한자리에 앉아 계실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며 "내일 유가족분들도 관람하실 예정인데 '우리 아빠가 저렇게 열심히 살고 좋은 일을 하셨구나' 하며 기쁘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했다.
영화는 경수가 잠수병으로 잠수사 일을 그만두고, 극심한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인해 그의 일상이 망가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해경이 구조 작업 당시 발생한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 사망의 책임을 물어 민간 잠수사 지휘자였던 공우영 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한 사건 등 실제 일어났던 일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정 감독은 "잠수사분들 역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고, 트라우마로 아직 고생하고 있지만 (국가와 국민에게서) 잊혔다"며 "국가에서는 이들을 의병처럼 징발해놓고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은 트라우마가 많은 나라다. 이런 상처를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우리 영화를 통해 고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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