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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출 감소 현실화…상호관세 면제도 안갯속[美관세 후폭풍②]

뉴시스

입력 2025.05.04 06:02

수정 2025.05.04 06:02

1~4월 수출액 1.76% 감소…美中 수출 동반 하락 상호관세 부과시 가격 경쟁력↓…韓수출 빨간불 한덕수·최상목 동반 사퇴에 대미 협상도 안갯속 "수출 하락세 불가피…미국과 협상도 난항 예상"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25%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 수요 감소와 맞물리면서 대미(對美) 수출액 감소가 뚜렷해지고 철강·알루미늄도 기존 계약 물량이 소진되면 타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는 7월 8일까지 유예된 상호관세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유예 또는 면제를 받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더욱 확대돼 이에 따른 '수출액 감소→국내총생산(GDP) 하락→내수부진' 등으로 이어지는 연쇄 파장도 커질 수 있다.

그동안 대미 협상을 주도했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퇴한 것도 악재다. 65일 가량 남은 기간 동안 실무 협상을 지휘해야 할 사령탑 공백 사태로 혼란과 협상력 하락이 우려된다.



일각에선 7월 8일까지 대미 협상 타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재부 차관의 경우 결정권이 국한돼 협상 진척이 어렵고,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대미 협상을 진척시키는 데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1년 전보다 3.7% 증가한 582억1000만 달러(83조74억원)이다. 수입은 2.7% 감소한 533억2000만 달러(76조343억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48억8000만 달러(6조9588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1년 전보다 3.7% 증가한 582억1000만 달러(83조74억원)이다. 수입은 2.7% 감소한 533억2000만 달러(76조343억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48억8000만 달러(6조9588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1~4월 수출액 1.76% 감소…美中 수출 동반 하락

산업통상자원부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에서의 수출액 감소가 나타나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은 205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96억 달러 대비 1.7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 수출도 줄었다. 지난해 1~4월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액으로 423억45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409억5700만 달러로 3.2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342억 달러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전체 대미 수출액의 50% 가량을 차지한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되며 4월 대미 수출액이 16.6% 감소했다.

대중 수출액은 4월 누계 기준으로 396억8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413억4100만 달러 대비 4.0% 감소한 수치다. 미국은 중국에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 영향이 대중 중간재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장은 향후 우리나라 수출 전망과 관련해 "미국의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국내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이 수출 여건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당분간 수출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완화할 전망이다. 2025.04.29. jtk@newsis.com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완화할 전망이다. 2025.04.29. jtk@newsis.com

◆상호관세 부과시 가격 경쟁력↓…韓수출 빨간불

7월 8일까지 유예된 상호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된다면 우리나라 수출은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고율의 관세가 붙는 만큼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수출 하락세도 뚜렷해질 수 있다.

정부는 ▲통화정책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등 4개 분야에 대해 '7월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통화정책은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간 논의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한 협상단이 꾸려진다.

산업부는 관세·비관세, 경제안보, 투자협력 등 3개 분야에서 각각 2~3개 작업반을 두고 각 작업반에는 관계 부처들이 대거 참여하는 방식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다음달 중순 장관급 협의를 통해 협의를 진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실무협의를 통해 미국의 관세 조치와 관련해 어떤 부분을 논의할 지 범위를 확정하고 어떤 작업반을 꾸릴 지 등 협의의 윤곽을 확정한 뒤 상호관세, 품목관세, 향후 부과될 신규 관세 일체에 대한 면제를 요청한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14. chocrystal@newsis.com

◆한덕수·최상목 동반 사퇴에 대미 협상도 안갯속

우리나라 대미 협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한미간 통상협상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격랑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경우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통상교섭본부장과 주미대사를 지낸 외교통상 전문가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그동안 우리나라 대미 협상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최상목 전 부총리의 경우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한·미 2+2 통상 협의'를 진행했다. 향후 통화정책 분야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카운터파트너로서 우리나라의 대미 협상을 이끌고 전체 협상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한 총리와 최 부총리의 사퇴로 남은 기간 동안 대미 협상은 안덕근 산업부 장관에게 맡겨졌다. 국가 리더십과 재무수장이 공백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안 장관이 대미 협상을 진두지휘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과 제대로 된 협상을 진행하고 관세 유예 또는 폐지를 노려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데 그 사이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더욱 어려운 환경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수출이 전년대비 2.1% 감소한 1598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對)중국 수출은 9년 만에 1분기 기준 최저치를 보였다. 대미 수출도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90일의 유예를 뒀지만 이미 철강·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된 만큼 2분기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수출이 전년대비 2.1% 감소한 1598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對)중국 수출은 9년 만에 1분기 기준 최저치를 보였다. 대미 수출도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90일의 유예를 뒀지만 이미 철강·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된 만큼 2분기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수출 하락세 불가피…미국과 협상도 난항 예상"

통상 전문가들은 당분간 우리나라 수출 하락세는 불가피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의 사퇴로 향후 대미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4월 수출입동향의 경우 반도체가 선방을 했지만 자동차의 미국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안 좋게 나온 것 같다"며 "향후 대미 수출은 조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흐름을 봐야 하는데 관세로 인해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글로벌 경기도 둔화될 수 있는 만큼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향후 대미 협상과 관련해선 "협상 당사자가 사퇴를 한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로 볼 수 있다"며 "장관이 없으면 차관이 해야 하는데 향후 대미 협상이 차질이 없도록 차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4월에는 미국의 품목별 25% 관세 부과 여파가 상당히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이 단시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아서 여파가 강해질 수 있고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우리로서는 부담이 커지면서 수출 실적이 저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대미 협상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가 없는 상황이라 내부 체제를 정비하고 진행하는 것을 고려할 때 협상이 상당히 지체될 수 있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차관이 할 수 있는 것은 실무적인 안건을 진척시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7월 8일까지 협상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2일 오후 신년을 맞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 터미널을 찾아 수출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5.01.02.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2일 오후 신년을 맞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 터미널을 찾아 수출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5.01.02.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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