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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이정현, 하늘이 점지해준 배우…'파란만장'으로 어어부밴드 빚 갚아"

뉴스1

입력 2025.05.04 08:05

수정 2025.05.04 08:05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째날인 3일 메가박스 전주객사에서 진행된 'J 스페셜클래스'에서 박찬욱 감독(왼쪽부터), 박찬경 감독, 배우 이정현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5.3/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째날인 3일 메가박스 전주객사에서 진행된 'J 스페셜클래스'에서 박찬욱 감독(왼쪽부터), 박찬경 감독, 배우 이정현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5.3/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영화 '파란만장(2011)' 속 장면.(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파란만장(2011)' 속 장면.(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째날인 3일 메가박스 전주객사에서 진행된 'J 스페셜클래스'에 참석한 박찬욱·박찬경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5.3/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째날인 3일 메가박스 전주객사에서 진행된 'J 스페셜클래스'에 참석한 박찬욱·박찬경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5.3/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원래는 문소리 씨가 파란만장을 함께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불발돼 '이 영화는 끝이구나' 하는 순간 이정현 씨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무조건 하겠다'며 와서 진흙탕을 뒹굴며 신들린 연기를 하는 이정현 씨를 보면서 '하늘이 점지해 준 배우다. 이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찬욱 감독이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전북 전주에서 영화 팬들을 만났다.

박찬욱·박찬경 감독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째 날인 지난 3일 오후 메가박스 전주객사에서 'J 스페셜클래스' 마지막 섹션인 영화 '파란만장(2011)'과 '복수는 나의 것(2002)'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이정현도 함께했다.

단편영화 '파란만장'은 가수 이정현을 14년 만에 배우로 복귀하게 만든 작품으로, 박찬욱·박찬경 형제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극장 개봉 영화로, '굿'이라는 전통 소재를 담아낸 이 작품은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황금곰상을 받은 바 있다.

박찬경 감독은 이날 "이 영화는 극장에서 틀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돼서 기쁘다"며 "당시에 (제가) 굿에 왜 그렇게 관심을 가졌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미술을 하면서 그 무렵 무속을 포함한 종교에 관심을 가졌고, 무당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해 작품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속 신앙'이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소재가 젖어든 이 작품은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가 독특한 복장으로 등장해 흥겨운 곡을 연주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의 음악을 어어부 밴드가 담당했는데, 당시 뭔가 잘못돼서 이 밴드가 돈을 한 푼도 못 받았다"며 "몇천만원을 (제가)줄 수도 없고, 너무 미안해서 뮤직비디오를 만들 일이 있으면 연출을 할 테니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는데 진짜 연락이 왔다. 그런데 제작비는 없다고 해서 파란만장 도입부에 넣은 게 어어부 밴드의 뮤직비디오"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박 감독은 "이 뮤직비디오를 파란만장 스토리로 확장하면서 영화는 코미디 호러에서 무속 이야기로 넘어가는 여정을 거치게 됐다"며 "굿이 무속 신앙이라기보다 하나의 공연 예술로 느껴졌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의미가 담겨있는 정교한 공연 예술이라 생각해서 정현 씨한테 연락할 때도 무당이 부르는 노래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첫 번째 영화인 '복수는 나의 것'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극 중 '보노보노' 만화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배우 이정현의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제일 좋아하는 만화여서"라며 웃었다.

이어 "보노보노에서 포로리를 뻥 차서 날아가는 장면이 복수는 나의 것과 잘 어울리고, 영화 속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 슬픈 순간에 넣으면 아이러니한 것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때 복수 3부작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며 "이 작품은 아주 오래 전에 써놨던 거였는데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흥행 성공하면서 영화로 만들 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데 이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고, 올드보이 작품을 이어서 하게 됐는데 당시 기자들이 빈정대는 투로 '복수는 나의 것이 실패했는데 왜 또 복수극을 하냐'고 하니까 (저도) 심통이 나서 3부작의 계획이 있다고 말해버렸다"며 "그 말을 책임지느라고 어렵게 친절한 금자씨까지 만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객들은 평소 박찬욱 감독에게 궁금했던 이야기도 질문했다.

박찬욱 감독은 '모호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는데, 감독의 위치에서 스태프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냐'는 관객의 질문에 "영화를 관객이 볼 때 모든 게 너무 분명하고 너무 뻔하게 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그러나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에게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각본을 쓸 때, 현장에 나갈 때 항상 그 점에 대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며 "촬영감독이나 배우가 '이거 왜 이러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그들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 동료들에게는 모든 것을 쉽고 분명하게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