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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성장률에 늘어나는 부채비율…세수기반 줄고 재정여력 약화

뉴시스

입력 2025.05.04 09:01

수정 2025.05.04 09:01

1차 추경, 13.8조 확정…9.5조 적자국채 추가발행 GDP 대비 적자 3.3%로 확대…세입여건 악화 전망 "적자국채 발행 늘면 결국 정부 정책 여력도 줄어"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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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정부가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당초 전망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이미 국제비교 기준으로 활용되는 일반정부 부채(D2)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긴 가운데, 정부의 재정 여력은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2025년도 제1회 추경'은 정부 원안(12조2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13조8000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를 뜻하는 국가채무(D1)는 본예산 기준보다 7조4000억원 증가한 1280조8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기존 48.1%에서 48.4%로 0.3%포인트(p) 상승한다.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기존 예산안 기준 GDP 대비 2.8%에서 3.3%로 확대됐다. 정부 원안에 따른 적자비율(3.2%)에서 0.1%p 상승했다.

이번 추경은 '필수 추경'이라는 명목하에 재정 투입의 시급성과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산불 복구, 대외 통상리스크 대응, 고물가 완화 등 현안 대응이 이번 재정 투입의 핵심이다. 정부는 확정된 예산을 연내 신속하게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여파로 수출과 성장률이 동반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은 1.0%로 하향 조정했다. 상호관세 영향이 심화할 경우 0%대 성장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세수 기반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지난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전년보다 8조4000억원 증가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세수 하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이 예상보다 다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582억1000만 달러(83조366억원), 수입은 2.7% 감소한 533억2000만 달러(76조610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수출은 역대 4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했으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야드트랙터들이 수출입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2025.05.01.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582억1000만 달러(83조366억원), 수입은 2.7% 감소한 533억2000만 달러(76조610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수출은 역대 4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했으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야드트랙터들이 수출입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2025.05.01. yulnetphoto@newsis.com

이에 따라 차기 정부가 경기 하방 압력을 방어하기 위해 추가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재정 여력 고갈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 이미 국제 비교 기준인 일반정부 부채(D2) 측면에서도 부채 증가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2023년 말 기준 D1에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하는 일반정부 부채는 1217조3000억원으로, GDP 대비 50.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 선을 돌파했다.

이는 선진국 평균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야 하는 비기축 통화국 중에서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인 게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IMF의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10년간 비기축 통화국 11개국 중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두 번째로 빠른 부채 증가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비기축 통화국이기 때문에 기축통화국과 단순 비교해 '부채가 낮다'는 식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며 "달러나 유로 같은 기축통화는 국제 결제수단이라 고부채에도 신뢰를 유지하지만, 원화는 그런 수요가 없어 부채가 높으면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직접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을 위해 총 9조5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 국회에서 증액된 1조6000억원 중 일부인 1000억원은 기금 여유자금 등 가용 재원을 활용했지만, 나머지 1조4000억원은 추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적자 국채 발행은 당장의 위기 대응용으로는 유효하지만,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면 향후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추가 추경이 반복될 경우 국가채무 비율은 계속해서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적자국채로 재정 부족분을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경기가 침체할 때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더욱 제한될 우려가 있다.


석병훈 교수는 "적자국채 발행이 계속 늘어나면 시장 금리가 상승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며 "추가 국채발행이 1조4000억원으로 최소화된 건 다행이지만, 올해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연 이 정도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경기 전망이 점점 악화하는 가운데 특히 내수 침체로 부가가치세와 양도소득세 등 자산 관련 세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세입이 줄고 국채 발행이 지속되면 시장 압박이 가중되어 결국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5.05.0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5.05.01. kch05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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