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공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3일 케이스포돔 두 번째 단독 내한공연 현장
작년 11월 1000석 첫 단독 내한공연
6개월 만에 관객 규모 약 20배↑
'드라이 플라워' '베텔기우스' '고백직전산소결핍상태' 등 히트곡 퍼레이드
![[서울=뉴시스] 유우리.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5.05.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4/202505040929582797_l.jpg)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 일본 싱어송라이터 유우리(優里·Yuuri)가 두 번째 단독 내한 공연 '유우리 아레나 라이브 2025 앳 서울(YUURI ARENA LIVE 2025 at SEOUL)' 본 공연 마지막곡으로 '플러스 원(Plus 1)'을 부르는 도중 "지금 이 광경이 내 앞에 있는 거야" 대목에서 손으로 객석을 가리키자 용기가 차오르는 고양감에 가슴이 벅찼다.
실패를 거듭하는 고독한 삶에서 오랜 무명 생활을 이기고, 스타덤에 오른 유우리의 꿈을 향한 진심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 이들의 실천적 의지를 끌어냈다.
노래는 물리적 의미에서 가장 순수해질 경우, 누구 것도 아니고 오직 노래의 것이 된다. 바꿔 말하면 노래가 부르는 노래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음원보다 더 좋은 탄탄한 라이브 가창력으로 드라마틱한 서사를 쓰는 유우리의 보컬은 그래서 이 노래를 모두의 노래로 빚어낸다.
최근 젊은 층에서 부는 'J팝 신드롬'이 빤한 문화적 레토릭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기도 하지만, 유우리의 이번 내한공연은 그것이 현실이라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요네즈 켄시(요네즈 겐시), 아이묭 등 일본 거물급 뮤지션들의 내한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단지 이벤트성이 아니라는 걸, J-팝 인기가 그 만큼 다져지고 있는 증거임을 유우리가 재차 증명했다.
유우리는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내한 콘서트 '유우리 라이브 인 서울 2024(Yuuri Live in Seoul 2024)'을 성료했다. 약 1000석 규모였는데 예매 당시 35만 액세스를 찍으며 인기를 확인했다. 이 공연 직전인 같은 달 초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대형 J팝 축제 '원더리벳 2024'에선 헤드라이너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엔 예스24 라이브홀의 약 10배 이상 규모인 1만명 안팎 수용이 가능한 케이스포돔에서 이날과 4일 두 차례 공연하게 됐다. 어림 잡아도 6개월 만에 관객이 약 20배 늘어난 셈이다.
![[서울=뉴시스] 유우리.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5.05.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4/202505040929592115_l.jpg)
유우리는 케이스포돔 입성 상징에 어울릴 만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줬다. 긁는 듯한 보컬이 인상적인 그의 목소리는 진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갔고, 기타 실력도 탁월했으며, 밴드 연주는 탄탄했다.
'피터팬'으로 시작한 공연은 히트곡을 망라했다. 공연 초반 유우리는 로킹한 '커튼콜'을 비롯 '워(Wo)' '화조풍월'을 연달아 불렀다.
"한국 여러분 감사해요"라며 우리말로 말한 유우리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배웠다며 "이렇게 좋아하는데…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라고 말했다.
이어 '레오' '숨바꼭질' '드라이 플라워' '타임머신' '여름소리' '갈릴레오는 사랑을 한다'를 연이어 들려줬다. '숨바꼭질'을 시작으로 객석에서 스마트폰 플래시가 자주 일제히 켜지며 공연장 안에 별을 수놓았다.
다만 유우리와 조명 감독이 의도한 조명 연출이 있었을 텐데, 객석 스마트폰 플래시가 너무 자주 켜져 일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 측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유우리와 그의 음악에 빠진 마음을 빛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관객들의 마음을 어떻게 나무랄 수 있을까. '회전목마' 무대에선 무대가 객석을 비추는 황홀한 '미러볼 연출'이 이뤄졌다.
![[서울=뉴시스] 유우리.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5.05.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5/04/202505040929593981_l.jpg)
'애스트로너츠(Astronauts·아스트로너츠)'에선 마치 동화책을 넘기는 듯한 영상이 함께 송출되며 낭만을 선사했다. "한국 공연 재밌다"고 외친 유우리는 '플러스 원'으로 본 공연을 마쳤다.
앙코르 첫 곡은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베텔기우스'(일본 드라마 '슈퍼 리치' OST)였다. "보쿠라 미츠케앗테 / 테구리앗테 오나지 소라 / 가가야쿠노닷테 후타리닷테 야쿠소쿠시타(僕ら見つけあって 手繰りあって 同じ空 / 輝くのだって 二人だって 約束した)"(우리는 서로 찾아내고, / 서로 당기며 똑같은 하늘을 / 빛내자고, 둘이 있자고 약속했어)
몇 백 년 옛날의 빛이 우리 자신도 잊어버렸을 즈음에 우리를 비추고 있음을, 즉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마법임을 깨닫게 하는 '베텔기우스'는 언어, 국적 상관 없이 노래로 이어지는 연대도 만들어냈다.
앙코르 두 번째 곡 '빌리밀리언'으로 마침표를 찍은 이날 공연은 꽉 찬 100분이었다. 빈틈 없는 세트리스트에 아레나임에도 촘촘한 사운드는 유우리가 공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느끼게 했다.
한국 팬들을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스크린에 일본어 가사와 함께 후렴구에 한글 독음을 달아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떼창을 하는데 무리가 없게 했다. 유우리는 멘트보다 노래에 집중했는데, 그럼에도 통역사가 그의 일본어 멘트를 동시통역 해줘서 불편을 없게 했다. 관객은 젊은층 중심이었고 남녀 성비가 비슷했다. 유우리는 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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