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예방은? 치료·재활은?…마약전쟁, 처벌만 해선 안끝난다[식약처가 지킨다]

뉴시스

입력 2025.05.04 10:02

수정 2025.05.04 10:02

125년전 신문서 아편의 폐해 우려…마약류 폐단 변함없어 '마약청정국' 옛말 된 한국…의료용 마약 관리 중요성 부상 정부, 마약류대책협의회 구성…식약처, 예방부터 재활까지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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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최근 믿을 만한 곳에서 들은 소식에 따르면 한성(지금의 서울) 안에만 아편을 파는 곳이 43~44곳이나 되며, 매일 판매되는 양을 계산해 보면 하루에 약 3만 명 정도가 아편을 흡연하고 있다고 한다. (중략) 하지만 일단 입에 대면 끊지 못하게 되어 결국 망가지게 된다. 몸은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재산은 가진 것 같아도 결국 모두 탕진하게 된다."

이는 최신 뉴스가 아니다. 놀랍게도 1901년 8월 12일 황성신문에 실린 논설 '아편가통금'의 일부다.

요즘 말로 풀면 '아편을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라는 뜻이다. 125년이 지난 지금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약청정국'은 옛말이 됐고, 이미 2022년 국정감사에서 전국 마약중독자는 100만명 이상일 수 있다는 마약 치료 전문의의 추산도 나왔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3년 성인(만 19세~59세) 3000명, 청소년(만 14세~18세) 2000명 등 총 5000명을 대상으로 마약류 사용 경험과 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성인의 3.1%, 청소년의 2.6%가 마약류 불법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추정하면 약 141만명이 불법적인 마약류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마약류는 그간 마약은 좁은 의미의 마약(아편, 헤로인, 코카인 등), 향정신성의약품(에스암페타민, 엑스터시, 졸피뎀 등), 대마(대마초, 해시시)를 총괄하는 의미로 혼용됐으나 최근에는 이들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이밖에 임시마약류는 마약류가 아닌 것 중 오남용으로 인해 보건상의 위해가 우려돼 긴급히 마약류에 준해 취급·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물질을 말한다.

통상 마약류 중독이라고 하면 이런 불법 마약류를 떠올리지만 의료용 마약류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의료기관 등을 통해 구입했다는 생각에 중독, 부작용 등 위험성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료용 마약류의 환자 수·처방량 모두 지속 증가 추세지만 식약처 실태조사 결과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은 남용의 위험성을 '알지 못한다'라고 답변했다. 2023년 기준 국내 처방환자는 1990만명으로 1만명(0.05%)은 오남용 처방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8월 오유경 식약처장은 어린이들이 마약 감시원 체험을 통해 마약류 의약품 관리 체계와 마약류 오남용의 위험성, 올바른 의약품 사용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꾸며진 서울 송파구 '키자니아 마약감시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사진=식약처 제공) 2025.05.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해 8월 오유경 식약처장은 어린이들이 마약 감시원 체험을 통해 마약류 의약품 관리 체계와 마약류 오남용의 위험성, 올바른 의약품 사용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꾸며진 서울 송파구 '키자니아 마약감시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사진=식약처 제공) 2025.05.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이러한 의료용 마약류를 비롯해 마약류 문제에 대해 관련 기관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마약류 관리 대책을 종합적으로 협의·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마약류 대책협의회'를 설치했다.

식약처를 비롯해 국무조정실, 교육부, 외교부, 법무부, 국과수,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관세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방통위(방통심의위) 등으로 구성됐으며, 마약류 안전관리 및 제도 개선, 불법 마약류 단속, 중독자 치료·재활, 대국민 교육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식약처는 마약류 대책협의회 간사로 ▲마약류 지정·의료용 마약류 허가 ▲의료용 마약류 불법·과다처방 근절 및 오남용 방지 ▲마약류 점검·감시·처분 ▲청소년 등 대상별 마약류 예방교육·홍보 ▲마약류 중독자 재활지원 ▲마약류 예방 및 치료·재활 협의체 운영 ▲온라인 불법유통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강백원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올해도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 없이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정보를 철저히 분석해 빈틈없이 관리하겠다"라며 "식약처는 앞으로도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예방·치료·재활·사회적 인식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국민건강을 확보하고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마약 중독은 벗어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마약류 중독문제 등으로 어려움을겪고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24시간마약류 전화상담센터 ☎1342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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