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앞으로 한 달은 국정 진공상태, '대행 정부' 비상한 각오 다져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4 16:12

수정 2025.05.04 16:58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까지 공석인 초유의 '3무(無) 공백'에 한국 경제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 서열 1~3위의 사령탑이 사라진 국정 진공 상태가 6·3 대선까지 한 달은 지속될 텐데 큰일이다. 계엄·탄핵 이후 정치와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대외신인도 유지에 안간힘을 썼던 경제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외신은 권한대행이 계속 바뀌는 한국을 정치후진국으로 빗대 '리더십 회전목마'라고 했다. 경제선진국 한국이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됐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마지막 남은 30여일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권한대행이 경제·외교·국방 등의 국정을 총괄하는 '대대대행 체계'는 불안하다. 경제·외교 정책이 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먼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상목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한미 간 2+2 협의로 터놓은 장관급 채널 핫라인은 끊겼다. 중국·일본 등과의 대미 관세 국제 공조 차원에서 4일 예정된 한·중·일 재무장관 협의와 제58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한·일, 한·인도 재무장관 회담도 무산됐다.

경제컨트롤 타워가 없으니 '7월 패키지 딜'을 요구하는 미국을 상대해 협상력은 약화될 게 뻔하다. 협상 4대 의제 중 하나인 환율 정책의 경우, 환율 조작을 의심해 원화 절상을 압박하는 미국 재무부와 별도 협상을 막 시작했는데 리더십 부재 공백이 클 것이다. 상호관세 15%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까지 협상이 지연되면 관세는 현실이 된다. 그 사이에 대미 수출 철강·자동차 25% 관세 피해도 커질 것이고, 2·4분기 이후 이들 주력품목 수출의 하락 폭을 키울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도 가중될 것이다. 특히 환율은 개발도상국과 같이 급등락하고 있다. 미국 관세 영향도 있지만, 국무위원 줄탄핵으로 경제 혼란과 대외신인도 하락 위험의 이유가 더 컸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중 원·달러 환율이 하루 평균 9.7원 등락했는데, 변동 폭이 2년 5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추가경정예산 집행도 차질을 빚을 것이다. 13조8000억원 규모로 확정된 추경 중 관세 피해 수출기업 정책금융, 긴급 자금 지원 등 시급한 항목은 대행정부 30여일 간 일부 집행될 것이다. 관련 기관이 현장 상황을 파악해 신속히 집행해야 하는데 소극적 대응을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와 복지부동 행태도 우려된다. 기재부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등 여러 부처는 현재 차관이 장관직을 대행하고 있다. 관료 사회는 정치권에 줄을 대며 "어차피 바뀔 정책인데" 하면서 새로운 정책은커녕, 있던 정책들도 서랍 속에 다시 넣어두고 있다고 한다. 눈치를 봐가면서 현상 유지 정도의 소극 행정에 그칠 것이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정 혼란을 겪고 있다.
경제는 관세폭탄과 수출 추락, 내수 침체와 물가 상승 등 겹겹의 악재에 빠져든 상태다. 경제팀과 대행 정부는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에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각자가 책임감을 갖고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