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기러기 2마리와 홍머리오리 10여 마리…강릉 경포저류지 머물러
[유형재의 새록새록] 초여름인데 귀향 않고 강릉살이하는 겨울철새큰기러기 2마리와 홍머리오리 10여 마리…강릉 경포저류지 머물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녹음이 짙은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연인들이 사진을 찍고 주변 들판에 초록색으로 덮인 풀이 한창 꽃을 피우는 곳에 겨울철새가 강릉살이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늦어도 3월이면 북쪽의 먼 유라시아대륙 툰드라 지대로 돌아가야 하는 겨울철새가 주인공이다.
큰기러기 2마리가 강원 강릉의 한 저류지에서 봄을 지나 5월이 시작된 초여름까지 머물고 있어서 화제다.
통상 큰기러기는 우리나라에는 10월 하순에 찾아오기 시작해 3월 하순이면 완전히 떠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몸길이 76∼89cm로 짙은 갈색이며, 부리는 검은색에 끝 가까이에 황색 띠가 있다.

이들이 머무는 곳은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드넓은 들과 수량이 풍부한 저류지가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
인근에서 파크골프장 공사가 한창 이뤄지면서 예전만큼 시민 발길도 많지 않아 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주변에 겨울철새 홍머리오리 10여 마리도 큰기러기와 함께 꽃다지와 참꽃마리, 개구리자리 등 다양한 풀의 잎이나 잡초 씨 등을 먹으며 초여름을 맞고 있다.
일부 오리류가 5월 초까지 머무는 경우는 그동안 경포호 등에서 몇차례 관찰됐으나 덩치가 큰 큰기러기가 이렇게 늦은 시기까지 머문 것은 드문 경우다.
몸집이 큰 기러기와 작은 홍머리오리는 같은 곳에서 먹이활동을 하거나 어울리고 있어 언뜻 보면 가족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의 큰기러기 모습은 벼를 심지 않는 황량한 흙만 있는 논이나 눈 쌓인 들판 등 겨울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성큼 다가온 초여름을 맞아 강릉살이 큰기러기는 몽골의 너른 초원처럼 짙은 녹색의 저류지에서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간 무더운 날에는 가끔 날갯짓과 몸단장을 하고 푸른 들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저류지 물에 들어가 한가로이 유영하다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머리를 몸에 깊숙이 박고 한참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다치거나 낙오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들 2마리는 서로 멀리 떨어지지 않고 가까이 붙어 있는 등 매우 다정한 모습이지만, 큰기러기는 암수의 형태가 유사해 짝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고향으로 북상하다 강릉에 들른 것으로 보이지만 벌써 꽤 오래 머무는 것으로 보아 귀향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
운동이나 산책 나온 시민들은 "어미 오리와 새끼들인 것 같다" "귀엽다"며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겨울철새의 초여름 강릉살이.
기온이 더 올라가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 더 많은 무리와 함께 다가오는 가을에 다시 찾아오기를 소망해 본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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