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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의 반가운 로맨스…'바이러스'로 시작된 사랑 [시네마 프리뷰]

뉴스1

입력 2025.05.05 06:31

수정 2025.05.05 06:31

영화 바이러스 스틸
영화 바이러스 스틸


영화 바이러스 스틸
영화 바이러스 스틸


영화 바이러스 스틸
영화 바이러스 스틸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번역가 택선(배두나 분)은 마지못해 나간 소개팅에서 연구원 수필(손석구 분)과 만난다. 엉망진창 소개팅 후 수필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고, 첫 만남에 청혼까지 하는 모습에 당황한다. 다음 날 택선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다. 급기야 택선은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초등학교 동창이자 자동차 딜러 연우(장기하 분)를 만나러 간다.



이후 택선은 치사율 100%의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연구원 이균(김윤석 분)을 만나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변화가 바이러스 증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군다나 신체에 붉은 반점이 발생하면 24시간 이내 사망하는 위험에 처한다. 유일하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이균 박사와 예기치 못한 여정 속 택선은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을까.

오는 7일 개봉하는 '바이러스'(감독 강이관)는 소설 '청춘극한기'가 원작으로, '톡소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다. 톡소 바이러스는 고양이를 숙주로 삼는 기생충 '톡소플라즈마 곤디'에서 유래했다. 쥐에게 전이 될 시 전두엽을교란해 우울감을 유발하지만, 인간에게 전이될 경우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며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타인에게 강렬한 호감을 느끼게 된다.

바이러스는 종종 재난 영화의 소재로 쓰였지만, 이번에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다뤄졌다는 점이 흥미를 자극한다. 영화는 택선이 수필로 인해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수필이 자신의 집에서 잠든 사이 그가 남긴 어묵을 먹다 혀를 깨문 것이 화근이었다. 톡소 바이러스가 혈액과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탓이다.

택선은 수필의 당부대로 바이러스를 유일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이균 박사와 만나지만, 치료제를 찾아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우울증 치료제 개발에 대한 야망을 품은 성교수(문성근 분)가 택선의 항체를 탐내면서 두 사람의 여정은 더욱 아슬아슬해진다. 영화는 택선과 이균의 진짜 사랑 때문일지, 감염 때문일지 모를 설레는 관계를 이어가며 성교수와의 대립각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배두나는 극초반 연애 세포가 다 소멸된 번역가로 등장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생기를 되찾으며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뽐낸다. 저돌적인 표현부터 시종일관 하이 텐션의 모습까지, 최근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사랑스러운 모습 그 자체로 관객들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특히 이균 박사를를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드는 애정신에서는 웃음까지 터트리며 코미디 연기를 제대로 선보인다.

영화는 택선과 이균의 '진심'을 궁금해할 만한 전개로 극을 끌어간다. 이균은 바이러스와 힘겹게 싸우는 택선을 안쓰러워하며 조금씩 마음을 키워가는 반면, 택선은 이균에게 빠진 이유가 바이러스 영향 때문일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완치가 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당시 감정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도 추가되면서 택선과 이균의 결말도 궁금해진다.

그러다 극 말미 그려지는 배두나와 김윤석의 로맨스는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바이러스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택선이 이균에게 깊은 신뢰를 갖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개연성이 부족하다 보니 로맨스 장르임에도 외적 케미가 조화롭지 못하고, 상당한 나이 차이가 느껴지는 조합은 진입장벽까지 느끼게 한다. 무리한 로맨스로 연결 짓지 않고 바이러스로 인한 해프닝이나 소동극으로 마무리됐다면 더 나은 선택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열어준 손석구의 활약은 돋보인다.
바이러스에 의해 땀에 전 채로 '고백 공격'을 퍼붓는 모태 솔로 캐릭터로 강렬한 활약을 보여준 후 퇴장한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아 출연을 고민했다는 장기하는 기존 연기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와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소재가 단순 흥미로만 그치는 탓에 늘어지는 전개와 당황스러운 로맨스 흐름은 단점이지만, 배우들의 매력만큼은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