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종도=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감독님께서도 현역 시절 두 종목을 다 하셨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이 조언해주셔서 저도 잘 준비하려고 했는데…."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복식 종목의 핵심인 서승재(삼성생명)는 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취재진이 세계혼합선수권대회(수디르만컵)를 마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서승재는 "박주봉 감독님의 현역 시절처럼 내가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며 "그래도 감독님께서 경기 중 여러 세부적인 부분을 많이 채워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승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부터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을 모두 소화했다. 다른 선수보다 체력 부담이 훨씬 컸다.
인도네시아와 준결승 첫 경기 혼합 복식에서 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2-0 완승을 합작한 뒤 네 번째 경기인 남자 복식에서 김원호(삼성생명)와 함께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힘든 기색을 내비친 끝에 1-2로 패하기도 했다.
마지막 게임에서 듀스 접전 끝에 23-25로 패했다.
대회 기간 힘들지 않았냐는 질의에 서승재는 너털웃음을 짓더니 "어쨌든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두 종목에 나서게 된 것은 영광이다. 책임감을 갖고 하려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여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승재가 활약한 대표팀은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 중국에 1-3으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승재는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오랜만에 선수들이 한마음이 돼서 경기를 뛴 점은 좋았다"며 "중국과는 체력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끝까지 싸우려고 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서승재는 남자 복식의 '대선배'인 박주봉 감독에게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한다.
서승재는 "감독님만의 철학이 있다. 우리도 그걸 믿고 갈 수 있다는 게 (이전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는 선수들과 거리감을 계속 줄이려 하신다. 선수들에게 다가오려고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에 모두 능숙했던 최고의 '복식 전문가'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박 감독은 현역 때의 자신처럼 두 종목을 소화한 서승재에 대해 "많이 힘들었겠지만 주장이라서 책임감이 큰 것 같다"며 "사실 결승전에는 (서승재가) 한 종목에만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칭스태프와 상의도 했지만, 선수가 그대로 뛰겠다고 했다. '뛸 수 있습니다'라고 해줘서 고마웠다"며 "아쉽게 중국과 결승전에서는 혼합복식 경기를 졌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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