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 OECD 국가 중 최상위권
핵심 인재 요소인 교우관계 등 하위
핵심 인재 요소인 교우관계 등 하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OECD 최상위권이다. 수학 2위, 과학 2위, 국어(읽기) 3위로 비교국가 가운데 톱 수준이다. 이에 비해 창의적 사고는 9위, 사고 표현은 11위다. 준수한 편이지만 학원 과외를 통해 실력을 끌어올리는 필수과목에 비해선 낮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역량이 확연히 떨어지는 분야는 관계형성 영역이다. 부모와의 관계는 12위에 그쳤고, 교우와의 관계는 무려 36위로 꼴찌 수준이었다. 협업 영역 가운데 공감이 12위, 협력은 26위로 중하위권이다.
이런 조사 결과는 책상에서 입시 공부를 하는 데 대부분이 시간을 쏟아붓는 우리나라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첨단기술 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책상에 앉아 필수과목에 매달린 사람을 인재로 여기지 않는다. 취업시장에서도 창의성과 협업 마인드가 신입사원을 뽑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이미 구글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협업과 창의성을 핵심인재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제아무리 공부를 잘해봐야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고 팀원으로서 협력 마인드를 발휘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아 정체성 중 주체성은 20위, 자주성은 33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자신의 삶을 즐기는 영역에서 일상생활은 27위, 여가생활 36위, 진로탐색은 29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본인에 대한 주체성과 자주성이 떨어진 탓에 마인트컨트롤 기능도 낮게 나타난다. 실제로 감정조절 영역에서 감정표현은 12위, 회복탄력성은 19위에 그쳤다.
조기교육으로 학습 진도를 앞서나가면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이란 착각이 학생들의 정신마저 병들게 만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부터 11월까지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18세 미만 아동 환자가 27만625명을 기록했다. 4년 전인 2020년(13만3235명)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이들의 불안증세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거세게 불고 있는 조기학습 열풍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최악의 인구절벽 위기에 서 있다. 이에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고질적인 낡은 교육체계를 바꾸지 못한다면 출산율이 상승하고 인구가 다시 늘어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
인간은 인공지능(AI)처럼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공급하고 학습시킬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창의성 및 인성을 갖춰가는 과정이 교육의 본질이다. 미래 핵심인재를 제대로 키우겠다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라 안 경쟁에 매몰된 교육관념을 혁파해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