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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태어난 아이가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5 18:55

수정 2025.05.05 18:55

이보미 경제부 차장
이보미 경제부 차장
출생률은 한 나라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소폭 반등했지만 해마다 역대 최저를 경신했던 출산율 앞에 정부는 아동수당 확대, 신혼부부 주거 대출 완화, 아빠의 돌봄 참여 독려, 육아휴직 제도 개선 등 갖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5일 어린이날이다. 태어난 아이들이 축하받는 날이다. 아침부터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는 아이 손을 잡고 매장을 찾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됐다. "과연 태어난 모든 아이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

지금까지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국가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이를 낳게 하려는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삶, 아이가 성인으로 자라나는 시간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환경은 충분히 준비돼 있는지 되묻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미혼부의 출생신고 문제다. 법 개정을 통해 일부 절차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미혼부는 아이의 친생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출생신고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한 아이가 시민으로 첫발을 내딛는 출발선이다. 앞서 지난 2023년 3월 헌법재판소도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어렵게 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2025년 5월까지 현행법을 개정하라고 한 상태다. 출산장려라는 말의 이면에 우리는 지켜진 아이들의 삶에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삶은 더 험난하다. 교육과 고용, 재활의 기회는 장애 유형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정부는 발달장애인 통합 돌봄서비스, 이동권 보장을 위한 편의증진법 등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장애인을 보호 대상이 아닌 동등한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굿윌스토어는 개인과 기업에서 기부받은 물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소비, 고용, 복지가 연결된 이 모델은 민간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공공정책과 연결할 때 훨씬 더 큰 가능성을 만든다.

결국 아이를 낳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태어난 아이가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의 시작이며,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기본적인 약속이다. 한 인간이 온전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권리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공동체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태어난 아이를 지키는 일, 그 일이 출산정책의 첫머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spring@fnnews.com 이보미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