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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서해 구조물 논란 국제법 따져보니…"설치 자체 위법 아니지만, EEZ선포 근거도 못돼"

뉴시스

입력 2025.05.06 06:01

수정 2025.05.06 06:01

한중 어업협정상 기국주의 적용…타국 국민·어선에 대한 단속 못해 서해 PMZ 내 '항행·어업 제외한 다른 행위 금지', 법적으로 사실 아냐 中, 구조물로 EEZ 선포? 유엔해양법상 구조물은 '섬'으로 인정 안해
[서울=뉴시스] 중국이 21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어업 양식 시설로 한중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9일 산둥성 칭다오항에 있는 반잠수식 구조물 '선란(深蘭.Deep Blue)2호의 모습. (사진출처= 신화통신 웨이보) 2025.05.06
[서울=뉴시스] 중국이 21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어업 양식 시설로 한중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9일 산둥성 칭다오항에 있는 반잠수식 구조물 '선란(深蘭.Deep Blue)2호의 모습. (사진출처= 신화통신 웨이보) 2025.05.06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중국이 서해상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양식 시설로 주장하는 구조물을 무단 설치한 것 자체는 국제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물 설치·운영 과정에서 국제법상 절차적 의무를 준수하는지는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확인,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서해상에 설치된 중국의 해상 부유식 구조물은 선란 1호와 2호로, 1호의 경우 2020년 3월 우리 해군이 처음 발견했고, 실제 설치 시기는 그보다 이른 2018년 7월 2일로 확인된다. 선란 2호는 2024년 4~5월께 설치된 것으로 국내에서 추정하고 있지만 산둥성 칭다오시 칭다오조선소에서 해당 구조물에 대한 완공 소식을 다룬 중국 현지 매체 보도를 감안한다면 실제 설치는 2024년 5월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선란 1호는 직경 60m, 높이 35m로 잠수시 최대 5만㎥의 해수를 담을 수 있는 규모이고, 선란 2호는 직경 70m, 높이 71.5m로 잠수 시 최대 9만㎥의 해수를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이들 구조물 용도에 대해 심해 어업 양식 시설로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있다.

실제로 구조물을 한류가 흐르는 지점까지 운반한 후 정박 및 잠수를 시행, 그 내부에 연어와 같은 어종의 치어들을 방류한 뒤 인공 양식을 통해 성어로 자라게 한 후 내수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목적은 연어 양식이라 하더라도 구조물이 제대로 양식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부유식이라 하더라도 해역에서 크게 떠내려가지 않게 네 개의 거대 케이블로 바닥에 고정시키도록 돼있기 때문에, 중국이 이 점을 활용해 부유식 구조물을 실제로는 고정식 구조물로 주장할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구조물 설치를 실효적 지배를 기도하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해잠정수역 내 항행·어업 제외한 다른 행위 금지' 주장, 법적 사실 아냐

한중 어업협정은 우리나라와 중국 간 서해에서의 어업문제를 관할하는 협정으로 2001년 6월 30일 발효했다. 서해에서는 양국 해안으로부터의 직선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는 수역이 상당부분 존재해 양국 간 EEZ 경계를 어떻게 획정하려 하든 중첩수역이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이 협정은 양국의 EEZ가 중첩되는 구역을 '잠정조치수역'으로 설정하고 이 수역에서는 양국이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를 설치해 해양생물자원의 보존과 합리적 이용을 위해 공동의 보존조치 및 양적인 관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이 수역에서는 기국주의(旗國主義)가 적용돼 한중 양국은 자국의 국민 및 어선에 대해서만 관리 및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 타국의 국민 및 어선에 대해서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의 결정을 위반하는 사례를 발견하더라도 이를 단속할 수 없다.

즉, 서해 수역에서 발생하는 어업활동과 관련이 없는 다른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국제법이 규율할 뿐, 한중 어업협정이 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서는 항행과 어업을 제외한 다른 행위는 금지된다는 일부의 주장은 법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 어업협정은 서해 수역에서의 어업활동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을 뿐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구조물 설치행위가 항행 및 조업의 안전을 확보하고, 해상에서의 정상적인 조업질서를 유지하는 데 장애를 초래할 경우에는 한중 어업협정의 규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게양하고 있는 국기의 국적에 따라 관할권이 발생하는 기국주의가 적용돼 양국은 자국의 국민 및 어선에 대해 지도 및 조치를 취할 수 있고 타국 국민 및 어선의 활동에 제약을 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한중 어업협정에 의해 설치된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 서해 구조물 설치 문제를 상정하고, 조업질서 유지 및 해양생물자원의 상태와 보존에 관하여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를 집중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적어도 해양환경의 보호 및 어족자원의 관리에 위험을 야기하지 않도록 하는 중국 측의 조치를 촉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내용이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의 권고로 채택될 경우 중국은 이 권고를 존중할 의무가 있어 구조물의 무제한적인 설치는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中 서해 구조물, EEZ 선포 법적 근거 불인정…남중국해선 자국 내해 편입 시도

중국이 무단 설치한 서해 구조물이 유엔해양법협약을 일부 위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협약에는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회원국으로 가입해있다.

[칭다오=신화/뉴시스] 중국이 서해에 어류 양식 시설이라며 설치한 '선란 1호'에 중국 선박이 접근하는 모습. 사진은 2022년 6월 7일에 촬영된 항공사진. 2025.04.24
[칭다오=신화/뉴시스] 중국이 서해에 어류 양식 시설이라며 설치한 '선란 1호'에 중국 선박이 접근하는 모습. 사진은 2022년 6월 7일에 촬영된 항공사진. 2025.04.24
이 협약에서 규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광범위한 규정을 양국의 EEZ 주장이 중첩되는 수역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지만, 적어도 중국의 서해 구조물들이 EEZ를 선포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제56조는 연안국이 자국의 EEZ에서 '인공섬, 시설 및 구조물의 설치와 사용'에 관한 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 중국이 자국의 EEZ로 인정될 수 있는 수역에서 인공섬이나 시설, 구조물을 설치 및 사용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와 동시에 협약 제60조에서는 '인공섬·시설 및 구조물은 섬의 지위를 가지지 아니한다. 이들은 자체의 영해를 가지지 아니하며 이들의 존재가 영해, 배타적경제수역 또는 대륙붕의 경계획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인공섬·시설 및 구조물에 관해 연안국은 항행의 안전과 인공섬·시설 및 구조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폭 500m를 넘지 않는 안전수역을 설치할 권리를 가질 뿐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관련국들 간 EEZ가 획정되지 않았을 경우, EEZ 경계획정은 국제법을 기초로 한 합의에 의해 이뤄지되, 이러한 합의에 이르는 동안 관련국은 과도적인 기간동안 최종 합의에 이르는 것을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건은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무단 설치행위가 과도적인 기간 동안 최종 합의에 이르는 것을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하지 말아야 할 자제의무를 위반하는지 여부다. 선란 1, 2호는 양국의 EEZ 획정의 기준선이 될 수 있는 중간선 서측에 설치돼 있어, 이 수역은 경계획정이 이뤄지면 중국의 EEZ에 속할 수 있다는 점이 자제 의무 위반 판단을 어렵게 한다.

심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구조물 설치행위가 그 자체로 어떠한 해양지형물을 근거로 한 EEZ의 선언 등을 수반하지 않을 경우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 중국이 남중국해 내 타국의 EEZ로 보아야 할 해역에서 산호초 매립 등을 통한 인공섬 건설 및 군사기지화를 진행하고, 이로써 해당 수역을 이른바 9단선을 통한 자국의 내해(內海)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서해에서 해당 구조물 및 추가적 구조물 설치가 지속적, 반복적, 중첩적으로 벌어지고 실제로 해당 수역에서 우리 어선의 어로활동 방해, 해양환경의 파괴 또는 해양생물자원의 감소와 같이 우리의 유엔해양법협약상 주권적 권리 침해나 해양 권익에의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남중국해 내해화 시도와 유사한 형태"라며 "유엔해양법협약 제74조가 규정하고 있는 자제의무의 위반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한중 'EEZ 경계획정' 조속히 매듭, 갈등 근본 원인 해소해야

일각에서는 한중 간에 어업 및 해당수역 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근본적 원인은 한중 간 EEZ 경계획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는 만큼 오랜 기간 동안 구체적 성과 없이 논의만 지속되고 있는 양국 간 EEZ 경계획정 회담에서 중국 측의 성의 있는 대응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EEZ 경계획정 문제를 국제해양법재판소나 국제사법재판소와 같은 권위있는 국제사법기관에 부탁해 제반사정을 고려한 형평성 있는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다만 EEZ 경계획정은 해양관할권 행사 범위의 확정권한을 제3자인 국제재판소의 손에 넘기는 셈이어서 반드시 우리나라에 유리한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는 리스크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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