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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 보상 심의 차일피일…어째서

뉴시스

입력 2025.05.06 08:47

수정 2025.05.06 08:47

관련법 시행령 개정 더뎌…단순 상이자 분류 우려
[서울=뉴시스] 박태홍 기자 = 공수부대 계엄군이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시민군 진압 작전을 마치고 도청 앞에 집결하고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사진=한국일보 제공) 2020.05.17. hipth@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태홍 기자 = 공수부대 계엄군이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시민군 진압 작전을 마치고 도청 앞에 집결하고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사진=한국일보 제공) 2020.05.17. hipth@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국가차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결과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들이 자행한 성폭력 의혹이 일부 규명됐지만 관련 피해보상 절차가 답보 상태다.

당시 성폭력 피해자가 현행법상 보상 대상자로 포함됐지만, 시행령 내 모호한 보상 근거를 고치려는 법 개정 논의가 하세월이면서 보상 절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광주시는 5·18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한 8차 피해보상 심의를 지난해 1월부터 진행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접수 기간인 2023년 7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1979명이 신청했다. 심의 대상으로는 일반적인 연행·구금자 외에도 해직자(175명)와 학사징계자(182명), 사망자(1명), 행불자(14명) 등이 있다.



현재까지 220여명이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으나 성폭력 피해 사실을 호소, 보상 신청을 접수한 25명에 대해서는 국가차원 진상규명에도 아직까지 보상과 관련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지난해 4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진 시위·연행·구금·조사 등 과정에서 일부 계엄군이 자행한 성폭행 정황에 대한 조사 내용이 담겼다.

조사위는 5·18 기간 동안 계엄군 또는 수사기관이 자행한 성범죄 52건을 취합, 이 중 19건을 추려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했다.

이 결과 5월18일 공수부대의 광주 진입 당시 최초의 여성 피해자를 특정해내고 해당 피해자로부터 계엄군의 강제 추행이 있었다는 사실 등을 확인해 진상규명해냈다.

강간 또는 강간미수 진술도 모였다. 피해자들은 계엄군의 강간 행위가 5월19일 도심 시위 진압 작전 과정에서부터 시작돼 이후 계엄군이 외곽으로 물러난 21일부터 항쟁이 끝나는 같은달 27일까지도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관련 사례를 모으면 모두 9건에 달한다.

[서울=뉴시스] 박태홍 편집위원 = 광주 시민군이 전남도청을 장악한 1980년 5월 24일 분수광장 앞에서 시민들이 “군사정권 타도”, “김대중 석방”을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집회 중 신원 미상의 시신을 실은 트럭이 전남도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사진=한국일보 제공) 2020.05.17. hipth@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태홍 편집위원 = 광주 시민군이 전남도청을 장악한 1980년 5월 24일 분수광장 앞에서 시민들이 “군사정권 타도”, “김대중 석방”을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집회 중 신원 미상의 시신을 실은 트럭이 전남도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사진=한국일보 제공) 2020.05.17. hipth@newsis.com
구금·조사 과정에서의 성고문 등 피해도 조사됐다. 광산경찰서 유치장에 38일간 수감돼있던 한 피해자는 잦은 하혈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받지 못한 점을 호소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이 모멸감을 주는 성적 폭언과 기합을 수시로 줬다고 진술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겪은 이후 외상 고통과 함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당시 정조 관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해한 경우, 유산을 한 경험, 산부인과 관련 질병으로 고통 받아온 사례가 피해자들에게서 확인됐다.

광주시에 관련 내용들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보상 기준인 현행법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는 성폭력 피해자가 포함됐지만, 관련법 시행령이 보상금 책정 근거으로 삼는 '신체장해등급과 노동력 상실률' 분류표 상 별도의 성폭력 피해 기준은 없다.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진행될 경우 단순 상이자로 취급될 우려가 있어 논의가 답보상태라고 광주시는 설명한다.

이밖에 성폭력 피해 보상 신청자들 중 일부가 과거 연행·구금 등으로 보상을 받은 전력이 있어 추가 보상 정도를 논의하는 문제도 있다.


광주시는 이달 중 보상심의위를 다시 열어 추가 보상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지만 이번에도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논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사실조사는 대체로 끝났지만 관련법이 미비해 실제 논의를 진행하지는 못했다.
피해자들의 요구는 관련 법을 개정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 보상 규정을 만들어 보상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법 개정 이후 원활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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