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지진 온다는데 日지자체 60% '구호품 제로', 방재 선진국의 민낯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6 13:09

수정 2025.05.06 13:09

30년 내 80% 확률의 난카이트로프 거대지진 우려
지자체 139곳 중 82곳 필수 8개 품목 중 최소 1개 미비
간이화장실, 분유, 기저귀, 화장지 등 대다수 품목 비축 부족
일본정부, 비축상황 공표 의무화하는 재해대책기본법 개정 추진
지난해 8월 8일 오후 4시43분께 일본 남부 미야자키현에서 규모 7.1의 난카이트로프 거대지진이 발생했다. 뉴스1
지난해 8월 8일 오후 4시43분께 일본 남부 미야자키현에서 규모 7.1의 난카이트로프 거대지진이 발생했다. 뉴스1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난카이트로프 거대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피난소용 필수 구호품이 일본 각지에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카이트로프 거대지진은 앞으로 30년 이내 80% 확률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거대지진 발생 시 피난자가 최대 123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내각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지진의 피해가 예상되는 지자체(139개)의 비축 상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60%에 달하는 지자체가 주요 8개 품목 중 최소 1개 품목을 전혀 비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은 식료품, 담요, 영유아용 분유(분말·액상), 아동용 기저귀, 성인용 기저귀, 휴대용·간이 화장실, 화장지, 생리용품 등 8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은 일본 정부가 '생존과 생활환경 유지를 위한 필수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사 결과 57개 지자체는 8개 품목을 모두 갖췄지만, 82개 지자체(전체의 약 60%)는 최소 1개 품목을 비축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축률이 가장 낮았던 품목은 유아용 분유로 43개 지자체가 제로(0)였다. 유통기한이 짧아 장기 보관이 어렵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화장지는 41개 지자체, 아동용 기저귀는 37개, 성인용 기저귀는 35개 지자체에서 각각 비축하지 않았다.

재해 발생 후 구호품이 도착하기 전까지 기준은 통상 3일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식료품의 경우 즉석밥, 빵, 주먹밥 등 주식류 13개 항목을 포함해 3일치(총 9식)를 비축한 지자체는 30곳에 불과했다. 1인당 0.54롤로 산정된 화장지의 필요량을 충족한 지자체는 23곳에 그쳤다. 아동용·성인용 기저귀도 과반수 지자체에서 부족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해 11월 시정연설에서 피난소 위생 및 생활환경의 국제 기준인 '스피어 기준'을 모든 피난소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단수 상황에서도 실내 사용이 가능한 조립식 간이화장실은 50명당 1개가 필요하지만 기준을 충족한 지자체는 전체의 약 40%(50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피난자 1인당 담요 1장과 침대 1개 확보도 스피어 기준에 포함되나 81개 지자체는 담요조차 1인당 1장 확보에 미치지 못했고, 대부분 지역에서 골판지 침대나 간이 침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과 보관 장소 부족이라는 이중 과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 교부금으로 필요량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카모토 마유미 효고현립대 교수는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면 구호품이 3일 안에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지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단체와 물자를 융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지자체의 비축 상황 공개를 의무화하는 '재해대책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