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서초포럼] 혁신, 저성장 시대의 생존전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06 18:35

수정 2025.05.06 20:28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보통 기관들은 12월에 경제전망을 쏟아낸다. 2025년 한국 경제는 1.7% 성장은 가능해 보였다. 올해가 되자 기관들은 전망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5%로 전망했다. OECD는 대체로 후한 편이다.

근데 석 달 전보다 0.6%p나 낮췄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1%라고 발표했다. 애초 전망치의 딱 절반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냉정하다. 0.5%란다. 올해 한국 경제는 0%대 성장을 피할 수 없다.

성장률을 체감하긴 쉽지 않다. 한국의 2024년 국내총생산(GDP·실질 기준)은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그래서 2289조원이다. 2%는 약 46조원이다. 강원도 지역총생산과 얼추 비슷하다.

IMF 자료를 보면, 2024년 한국보다 성장률이 낮은 국가는 60개국(전체 192개국)이다. 이 중 유럽이 24개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이다. 60개국 중 한국(12위)보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이다. 그나마 위안이 된다.

2025년 1%를 돈으로 치면 제주도 지역총생산을 약간 밑돈다. IMF가 한국보다 성장률을 낮게 전망한 국가는 23개국(전체 190개국)이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뿐이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 진행 중이다.

우리가 1%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다섯 번이다. 1956년(0.7%), 1980년(-1.5%), 1998년(-4.9%), 2009년(0.8%), 2020년(-0.7%). 당시에 국제원조 급감, 석유파동, 외환위기, 금융위기, 팬데믹 등이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적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2025년 우리는 역대급 저성장에 빠진 것이다.

감이 오지 않는다면, 가까운 일본을 보면 된다. 일본 경제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초저금리로 근근이 버텼다. 1990년대 들어서 내리막을 탔다. 급기야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했다. 차갑게 식은 경제는 꿈틀대지도 않았다. 지난 30년 성장률이 1%를 넘은 적이 반도 안 된다. 2024년에야 금리를 올렸다. 그것도 0.1%다. 1%는 숨만 쉬면 되는 수준이다. 0%대 성장은 숨조차 쉬기 어렵다는 의미다. 먼저, 인식부터 바꾸자. 지금은 경기침체가 아니다. 완벽한 저성장이다. 경기침체는 일시적이지만, 저성장은 장기간 지속한다. 돈을 빌리면 벌어서 갚기 어렵다는 의미다. 버텨야 한다.

더 암담한 것은 앞으로다. 골드만삭스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분석대상 38개국 중 한국이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 국가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이제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것이다.

혁신해야 한다. 과거처럼 하면 안 된다. 정부가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규모(이하 2023년)는 미국, 중국, 일본 다음이다. 정부 지원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위다. 규모로 보나, 비중으로 보나 모자라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혁신기업 비중은 중소기업은 OECD 꼴찌, 대기업은 뒤에 루마니아만 있다(이하 2020년).

혁신은 결코 지원의 문제가 아니다. 혁신기업 중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문제는 혁신기업 중 파트너 - 대학, 연구소, 다른 기업과 함께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OECD 꼴찌다. 특히 다른 기업과 협업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꼴찌다. 정부는 같은 돈을 두 번 써야 한다는 얘기다.

당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러다 일본처럼 30년이 지나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정부나 국회를 보면, 있던 기대도 사라진다. 제대로 됐다면 우릴 이렇게 내버려두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버텨야 한다. 혁신하되 남들과 같이해야 한다.
이게 저성장 시대의 생존법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