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의무를 폐지하면서,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기존에 활용되던 '세포실험-동물실험-임상시험'의 전통적 단계 대신 오가노이드(유사 장기)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의 개발 단계는 '걸음마' 수준이라 관련 산업이 안착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신체 장기 부위 구현하는 유사 장기…2020년 이후 주목
오가노이드는 쉽게 말해 인체 유사 장기이다. 인간 만능 줄기세포를 배양해 원하는 신체 장기 부위를 유사하게 구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개념이 국내에 서서히 알려진 건 2020년 이후부터다. 공익적 연구에만 허용했던 의료 데이터가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 과정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인체 유래 물질의 연구가 확대됐다.
그동안 전임상시험은 실험용 쥐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인체를 대상으로 확인하지 못해 약물 효과나 부작용 확인에 있어 한계가 존재했다.
오가노이드는 이러한 한계를 넘을 수 있어 주목받았다. 뇌 오가노이드에서 확보된 세포는 기존 분화 방식을 통해 얻은 세포에 비해 인체 내 세포와 흡사하고, 안정성과 기능적 면에서 우수한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나 폐, 췌장과 같이 아직 의학적 수요가 충족되지 못한 분야 연구에 적합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하나둘씩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에 돌입했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오가노이드가 인체에 투여돼 장 재생치료제의 인체 임상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美 동물실험 의무 폐지에 관련 기술 재조명…기술적 한계 존재
오가노이드는 최근 FDA의 동물실험 의무 폐지 발표 후 재조명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2022년부터 바이오벤처사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손잡고 관련 연구를 해온 JW중외제약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탬퍼스AI와 협업해 오가노이드를 결합한 항암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라젠은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미국 큐리에이터와 오가노이드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가노이드사이언스·티앤알바이오팹·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 등이 오가노이드와 관련한 기술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중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는 9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오가노이드 기술이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업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아직은 표준화 작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개인별 모델이나 복잡한 생리현상을 정밀하게 구현하지 못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예전부터 바이오 벤처의 기술과 결합한 오가노이드 연구가 진행돼 왔다"며 "동물 대신 사람의 유사 장기로 시험을 하다 보니 좀 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고,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장 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들의 데이터가 쌓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FDA의 추가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오가노이드 산업 방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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