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여자 프로당구 LPBA 김가영(하나카드)은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들어올린 트로피만 7개, 그것도 연속 우승이었다. 앞서 다섯 시즌 동안 일궜던 우승 횟수가 7회였는데 일 년 만에 같은 성과를 올렸다.
연승 신기록도 달성했다. 지난 3월 왕중왕전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에게 패하기 전까지는 38경기 연속 승리했다.
더 높아진 기대 속,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하는 김가영은 어깨가 무겁다. 7개 대회 연속 우승 그 이상을 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비시즌 동안 더하기 대신 비우기에 집중,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화를 통해 '뉴스1'과 만난 김가영은 "지난 시즌의 성공은 운도 많이 따랐다. 모든 게 연달아 착착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행복이자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뭔가를 드라마틱하게 바꿔 결과가 확 좋아진 건 아니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 조금씩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3월 시즌을 마친 그는 6월 재개될 새 시즌을 앞두고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찬에 머무를 때가 아니라 더욱 단단히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은 계속 우승 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에서 김가영이 이번에 몇 번째 우승을 차지할 것인지를 말했다"면서 "너무 과하게 칭찬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고,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 기대해줘서 붕 떠 있을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가영은 '비우기'를 택했다. 그는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비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비우는 게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시기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잘 비워야 '다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냉정하게 나를 되돌아보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너무 칭찬할 것도 없고, 너무 낮추는 것도 좋지 않다. 그 중간을 잘 찾아서 셀프로 칭찬할 건 칭찬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면서 정밀하게 스스로를 살피고 싶다"고 말했다.
비시즌 그는 고강도 웨이트와 함께 새로운 기술 연마에도 공을 들이지만, 동시에 마인드 세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시즌을 마치자마자 해외로 나가 프리다이빙 스포츠를 즐겼다. 이것도 앞서 말한 '비우기'의 일환이다.
그는 "평소에는 나를 향한 수많은 시선과 평가 속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시즌 중엔 그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프리다이빙을 하면 고요한 물속에 홀로 있어 스스로를 살필 수 있다. 그런 대척점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당구할 때는 실내에만 있어야 하는데 여기선 대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호흡을 컨트롤하는 것도 당구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며 프리다이빙을 예찬했다.
휴식기 동안 지인들과 글램핑을 가고 프리다이빙을 통해 물속에서 마인드세팅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프'를 만끽했지만 이제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가영은 다시 새로운 시즌을 향해 달려간다. 새 시즌에도 우승 후보 1순위는 역시 김가영이다. 눈앞에는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15번째 우승이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 목표는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7회 우승했던) 지난 시즌에도 몇 번 우승을 해야지 하는 목표는 없었다. 그저 더 재미있는 경기, 수준 높은 경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록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욕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여자 당구 선수가 갖는 한계를 깨고 싶다. 여자 선수들은 이 정도까지 하겠지 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든 다 넘어서고 싶다. 그러면 나중에 더 잘하는 후배들이 나왔을 때 '쟤는 또 어디까지 갈까?'하고 궁금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정하는 한계는 없다. 계속 더 발전해서, 훗날 한국 여자당구 역사에 가속을 붙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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