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국민의힘이 또다시 분열의 기로에 섰다. 당 지도부는 당내 경선으로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에게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김 후보는 "나를 끌어내리려 한다"며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계엄·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또 낯뜨거운 내부 충돌 모습을 보이고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상금에 눈멀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참가자들을 향해 "이러다 다 죽어"라고 외치는 단말마의 비명이 떠오른다. 대선 이후 당의 존속이 눈앞에 걸려 있는데도, 각자도생에 후보 단일화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을 막기 위해 어떤 세력과도 연대하겠다"던 김문수 후보는 정작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 그리고 대선 후보로서의 비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가장 먼저 단일화를 약속하며 승리했지만, 막상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단일화를 머뭇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무 우선권'을 내세우는 김 후보가 다른 생각이 있는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의원들은 경선 시작부터 '한덕수 단일화용' 후보를 찾았다. 공당의 대선 후보를 "한덕수와 단일화를 할 거냐 말 거냐"를 기준으로 판단하다 보니, 정책 공약은 무색해지고 경선의 공정성 시비만 붙었다. '어차피 한덕수가 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인지, 축제가 돼야 할 대선 후보 경선 전당대회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일각에선 대놓고 "단일화할 마음이 없으면 후보직을 내려놓으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 후보와 한 후보에게 '반(反)이재명 빅텐트' 외에 다른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대통령 후보라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명확한 국정 운영 구상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누가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가'를 둘러싼 단일화 신경전만 있을 뿐이다.
대선 후보 등록까지는 이제 사흘밖에 안 남았다. 김 후보와 한 후보 모두 '이재명 일극 체제'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위기감에 차출된 이들이다. 그런데도 아름다운 단일화는 커녕 볼썽사나운 신경전만 보여준다면 국민의 관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 모두 '내가 가진걸 다 버리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국민이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내 것을 먼저 내려 놓는 쪽이 결국은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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