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호 농진청 산업곤충과 박사 인터뷰
식량 불균형 문제 '곤충'이 작지만 강한 대안
식량 불균형 문제 '곤충'이 작지만 강한 대안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곤충이 단지 미래 식량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믿음으로 연구해왔다."
세계가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식량 불균형에 직면한 상황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산업곤충과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박관호 박사의 말이다.
곤충이라는 작지만 강한 생물이 해당 문제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동애등에(Black Soldier Fly)는 버려지는 음식물이나 농업부산물 등을 분해하고, 그 부산물을 고단백 동물사료와 비료로 전환할 수 있는 ‘순환형 생물 자원’으로 주목받는다. 폐기물 문제 해결, 수입 사료 대체, 온실가스 저감 등 다층적 효과를 갖춘 이 곤충은 이제 단순한 생물이 아닌 생태적 전환 핵심 수단이다.
박관호 박사는 산업곤충의 실용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이끌어온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연구는 '사료용 곤충'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산업으로 만든 여정이었다. 그는 동애등에의 대량증식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폐기물 분해·사료화·비료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자원순환 기술 체계를 구축했다.
동애등에를 이용한 기술은 국내 환경에 맞게 맞춤형 생산 가이드라인으로 정착됐고, 이를 바탕으로 농가 수는 2017년 51호에서 2023년 238호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관련 산업 매출은 약 1100% 증가하며, 사료곤충이 농업인의 신소득 작목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특히 반려동물과 양어용 사료 등에 동애등에를 활용하는 다양한 특성화 농가들이 출현하면서, 곤충이 ‘기술기반 농가 육성’의 성공 사례로 부상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동애등에 기반 사료화 기술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직접 전수하며, 국제 농업협력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짐바브웨 KOPIA센터와 협력해 동애등에 기반의 토종닭 사료 시스템을 현지에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2023년부터는 사전교육부터 사육시설 설계, 현지 전문가 양성까지 전 과정을 관여하며 기술의 현지정착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짐바브웨의 계절적 요인을 고려한 사육환경 설계나 먹이원 확보 전략 등은 ‘현장 맞춤형 솔루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박 박사는 “곤충을 키운다는 건 그저 번식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료·환경·경제·국제협력이라는 연결된 문제를 풀어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의 학문적 성과가 반드시 실용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실제 전국 각지에서 기술지도를 수행했고, 맞춤형 사육법을 직접 전파해 왔다.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동애등에 기반 폐기물 자원화 기술도 여러 자치단체 및 농산업체, 비영리단체 등에 확산 중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용 프리미엄 사료 개발, 기능성 곤충 소재화, 고효율 생산품종 육성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박 박사는 “과거에는 곤충이 농업의 변방에 있었지만, 지금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저는 곤충이 산업을 살리고, 생태계를 회복하며, 국제협력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입증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