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를 둘러싼 불확실성 고조와 수요 약화로 올해 2분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MLCC 공급 업체들은 무역 전쟁의 직접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기업과 최종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수급 상황이 악화했다.
MLCC는 전자회로에서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 주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TV, 컴퓨터, 서버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로 탑재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무라타 제작소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삼성전기(009150)가 2위에 자리하고 있다.
MLCC는 중국, 베트남 등 생산기지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돼 수출되기 때문에 미국 상호 관세의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신제품으로 바꿀 경우 보조금 지급하는 정책) 영향으로 스마트폰·세트 MLCC 수요 증가가 기대되지만, 관세 이슈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고객사 수요를 체크하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렌드포스는 세트 제조업체들이 북미 크롬북과 일부 소비자용 노트북 주문 출하를 1분기로 앞당겨 4월부터 시작되는 전통적인 교육용 노트북 시즌의 조달 모멘텀을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델과 HP의 교육용 모델 주문량은 전 분기 대비 20~25% 감소했고, 상호관세 부과 연기 이후 OEM 업체들이 3분기 북미 주문의 일부를 2분기로 이전할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무역과 경제 환경이 악화함에 따라 최종 시장 수요가 약화하고 판매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MLCC 공급업체들이 OEM의 주문량 조정 위험과 가격 인하 압력 증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OEM들이 수요 약세를 우려해 주문을 줄이고,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공급업체들에 단가 인하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MLCC 가격, 특히 중저용량 상업용 및 자동차용 제품의 가격은 팬데믹 이전(2019년 4분기)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지난해 치열한 가격 경쟁은 이미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급 표준 MLCC의 이익률을 잠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침체 위험 증가, 최종 시장 수요에 대한 낮은 가시성, 잠재적인 통화 변동성으로 인해 MLCC 공급업체는 운영상 압박을 받고 있다"며 "더 엄격한 가격 책정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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